2023. 12. 5. 요약생활 127

화요일, 맑음

11월 19일 결혼하고 20일에 신혼여행을 출발해 12월 4일에 돌아왔다. 돌아와서 오늘 처음으로 출근했다. 회사 사람들은 여전히 내게 친절하고, 나는 일상에 만족한다. 출근길 내내, 출근한 뒤에도 오전 내내 한 일은 결혼을 축하해줘서 감사하다고, 신혼여행 잘 다녀왔다고 80여 명의 사람들에게 인사한 일이었다. 주된 인삿말은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는 것이었다.

새로 태어난 김에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다. 봉사활동을 하나 하려는데 굳이 말이나 글로 옮기고 싶지는 않다. 선행이나 악행, 봉사나 범죄 같은 도덕적인 것들은 비밀을 요하니까. 도덕적인 것들은 타인에게 드러내면 정치적인 것이 된다. 정치적인 것들의 동기는 언제나 의심받는다. 우리는 늘 정치적인 것만 말할 수 있으므로, 도덕적인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

이번달 생활비를 정리했다. 이번달이 얼마 남지 않아 생활비도 적게 들 것이라 예상했다. 지원과 살림을 합치면서 든 적금은 잘 유지되고 있다. 아직 결혼식과 신혼여행에 쓴 돈은 정리하지 못했다. 내 됨됨이에 과분하게들 축의금을 보내주셔서 분수에 맞는 결혼식이 됐다. 감사할 따름이다.

집에 돌아오니 너무 건조해 정전기가 난다. 결혼 전부터 신경쓰였는데, 신혼여행 중 펫시터가 보내준 영상을 보니, 갓또가 움직일 때마다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갓또는 우리와 함께 산 이후 처음으로 2주 동안 우리와 이별했다. 집에 책이 많은 데다 사람 사는 훈기와 습기가 덜하니 정전기가 극에 달한 듯했다. 귀국길에 구매한 가습기가 잘 왔다. 조립하고 작동했더니 정전기가 좀 덜한 듯하다. 가습기 위치를 두고 지원과 옥신각신했는데, 지원의 의견이 옳았다. 내 부모님, 누나에게도 의견을 물었는데 하나같이 아내 편이었다. 이제 내 편은 아내 말고는 없다. (쩝)

독서모임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이다. 이번 모임부터는 팟캐스트도 함께 해보려고 한다. 평일에도 해달라는 사람들이 있어 시간을 조정했다. 분량을 분배하고 사람들에게 알릴 글도 작성해야 한다.

찰스 테일러의 <불안한 현대사회>를 읽기 시작했다. ‘이양수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이다. ‘취미 철학 독서모임’에서는 플라톤의 <국가>를 읽을 것이다.

수면시간과 기상시간을 조금씩 조절해 시차에 적응하고 있다. 아직 이탈리아에서 먹은 것들이 내 몸속에 있다. 변을 볼 때마다 신혼여행 생각을 한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먹은 것들은 얼마간 내 몸을 이룰 것이다. 어쩌면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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