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카, 의준에게

의준아, 너는 오늘 사람이 됐다. 나도 너의 탄생으로 삼촌이 됐다. 너를 둘러싼 모두가, 너를 만나기 전의 무엇에서, 너를 만난 이후의 무엇으로 변신했다. 세상이 통째로 변했다.

너를 만나려면 일곱 가지 벽을 갈라야 한다. 의사는 나의 누나의 배에 메스를 댔다. 가장 처음, 피부를 갈랐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방층을 갈랐겠지. 그 다음은 근막을, 그리고 근육을 갈라야 한다. 장막을 가르고 자궁을 가르면 그제서야 네가 싸인 양막이 드러났을 것이다. 양막을 갈라 너를 꺼내고 너는 첫 울음을 울었다.

단테는 천국과 지옥 사이에 연옥이 있다고 했다. 연옥은 일곱 층으로 쌓인 산이라던데. 일곱 벽을 가르고 나타난 너는 천국으로 올라온 것일까, 지옥으로 내려온 것일까? 어쩐지 너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고, 세상은 살기가 팍팍하다. 천국은 열 겹의 하늘이라는데, 열 달 동안 머물던 네 엄마 품이 천국이었던 걸까?

사람은 탄생과 동시에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우리 몸의 세포들은 매순간 수도 없이 죽어나간다. 성장하다가 노쇠해져 죽음에 이를 때까지 우리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지옥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의준아, 사멸을 이겨내는 건 더 많은 탄생이다.

지옥에서 단테를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묻는다. 산 자가 지옥에 무슨 일로 왔느냐고. 길잡이 베르길리우스는 대신 답한다. 인간에게 완전한 경험을 하게 하려고 그분께서 인도하고 계신다고. 그러니 때때로 삶이 지옥처럼 느껴지더라도 염려하지 말자. 단지 우리를 완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상처 입은 세포는 더 많은 세포들을 낳는다. 성장이다.

살면서 느낄 기쁨과 슬픔의 총량을 따져, 기쁨을 늘리고 슬픔을 줄이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단테는 베르길리우스가 함께 길을 걷는다는 점만으로 다행스럽게 여긴다. 삼촌도 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만나 참 다행스럽다. 네 엄마가 내 누나여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다행이라는 말은 기쁨도 슬픔도 아니고 천국도 지옥도 아니다. 울어도 웃어도 함께 산다는 것, 천국이든 지옥이든 함께 걷는다는 것. 그것이 다행스러운 것이고, 행복이다.

네가 잘 태어났다니 다행이다. 좋은 삼촌이 되어 주마.

2023년 10월 27일 3시

네 얼굴과 울음을 전해 보고 들으며,
삼촌 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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