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관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나는 무의식 중에 젊은이를 떠올렸다. 그런데 틀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번하게 목숨을 끊는 연령대는 80세 이상이다.
2021년 기준 80세 이상 10만 명당 61.3명이 죽음을 선택했다. 전체 연령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6명이었다. 80세 이상 노인들이 세 배 이상 빈번하게 세상을 등진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유독 이때만 그런가 해서 찾아봤더니, 20년 넘게 80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이 1위다. 2009년에는 무려 10만 명당 127.7명의 자살률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수치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성별에 따라 자살률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2021년, 80세 이상 남성의 자살률은 119.4명, 여성의 자살률은 31.9명이었다. 80세 이상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2009년에는, 남성 213.8명, 여성 92.7명이었다.
왜일까? 알베르 카뮈는 에세이 <시지프 신화>에서 “부조리와 자살”이라는 제목 아래 오직 자살만이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라고 했다. 세상은 너무나 부조리해서, 생각을 멈추든 삶을 멈추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놓인 “천천히 가면 더위를 먹지만 너무 빨리 가면 땀이 나서 추워지는” 사막 같은 상황이다. 80세 이상 남성이 유독 이런 부조리를 느끼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 자살률이 전세계 1위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언론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24.1명인데, OECD 평균 자살률은 11.1명이라 한다. 80세 이상의 자살률은 6배를 넘긴 것이다.

올해 봄, 국무총리는 10만 명당 자살자의 수를 18.2명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으로 거론된 번개탄 생산 금지 조치도 한바탕 문제였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정신건강검진의 대상은 70세까지다. 가장 많은 수가 아니어서 제외됐을까?

물론 절대적인 자살자 숫자는 낮다. 미성년 자살자 수가 가장 적고, 그 다음이 80세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7% 이상), 2018년에 고령 사회(14% 이상)로 진입했다. 2026년에는 전체 인구 중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운명에 놓였다. 자살률뿐만 아니라 자살자 수에서도 노인이 1위를 차지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하다가 발견했다. 기억을 위해 공유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