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으로도 벤다
세상을 조각내면
점 하나에 무한한 거리
두 점 사이엔 영원히 만나지 않을 카오스와 가이아
점 하나를 더하면 만들어진 신이 내게 추앙을 강요하고
마치 점이 없다는 듯이 세상을 쪼개면
이곳에 존재하기엔 너무나 완벽한
평행선
상처는 깔끔해야 빨리 아물어
종이에 벤 손가락을 입에 물며 말했다
입에는 변기보다 많은 세균이 살아
그들의 고향은 장내세균총
켜켜이 쌓인 시체들의 지층
상처에 침투할 감염원은 내 몸 어느 시절을 이룰까
생명에는 잘못이 없어
단지 자리를 옮겼을 뿐
그들의 서식지를 항생제 같은 난개발로 갈아엎은 건
메스 같은 판단력
눈을 감으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까?
육류 소비를 줄이자며 네가 준 채소를 씹으며 말했다
되새김질 트림 같은 소리라며 너는 웃었다
지구는 둥그니까
평행선은 없어
결코 만나지 않을 우리의 의견
너는 스테이크용 나이프를 들어
샐러드에서 고추를 꺼내 각을 떴다
φα-λλ-ος
자연의 빛을 가르는 음렬
네 것은 단지 모방품에 불과해
나는 눈을 감고
알겠어, 알겠어, 이제는 묻지 않을게
더는
네 목소리는 말을 잃고
나는 삼킨 모든 것들을
게워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