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이면 편의점에 들어가 가장 비싼 포켓 위스키를 고른다 기분은 내야겠고 돈은 없고 안주는 원 플러스 원 냉동만두로 적당히 타협한다 만 구천 원짜리 발렌타인 양주는 이백 밀리리터 백 밀리리터에 오천 원 더하기 사천 오백원 일 밀리리터에 구십오 원짜리 스카치 위스키 대충 한 봉지에 오천원 하는 냉동만두 두 봉지 한 봉지에 네 덩이 원 플러스 원이면 여덟 조각이니까 한 조각에 오 나누기 팔 이렇게 저렇게 눈을 굴리면 결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카드를 빼려니 편의점 알바생이 목례를 해서 아이씨 카드 리더기에 인사를 한 꼴인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오셨다는 세상에 인사 한 번쯤이야 기계인들 어때 후하게 살자 어려서부터 나는 결핍이 두려웠다 사실은 결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들켰다는 게 사실이 되는 게 두려웠다 즐거운 인생 누구나 사실과 허구의 중간에서 살다 들킬 때에야 결정되는 것 아니겠어 후하게 살자 언제까지 횡단하면서 진동하면서 따끈한 고기만두를 꺼내면서 부들부들 떨면서 입꼬리에 쥐가 날 때까지 한 입에 두 모금 안주와 양주를 한 번에 끝내야 해 마지막 남은 발렌타인 백 밀리리터를 벌컥벌컥 들이붓고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과부하에 걸릴 간을 걱정하면서 검은 토사물을 분해할 기계는 두개골 어디 즈음에 달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