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미있지 옷이라는 게
지하철에 앉아 고개를 들면
마주선 중년남성의 사타구니와 내 입을 가로막고 있는 게
몇 겹의 옷이 전부라는 게
옷은 천이고 천은 실인데
얽히고설킨 몇 올의 실이
뜻밖의 구강성교라는 지옥에서 나를 건져올리다니
바지 속의 팬티 속의 피부 속의 세포막 속의 무엇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양파가 될 지도 몰라
그 속은 마리아나 해구보다 깊을 텐데
그걸 덮는 건 8,848 마이크로미터의 탄화수소 고리라니
니플패치를 잊은 니트웨어는
칼륍소의 선물처럼 속으로 속으로 나를 끌어내리고
켈트 족의 신랑에게는 고소공포증이 있다던데
우리에게는 시선을 위한 겉옷을 위한 속옷을 위한 무언가가 필요해
가죽옷을 받기 전까지는 무화과 이파리가 필요하니까
무덤 앞에 놓인 꽃은
차라리 천박한 예의
우리를 맞닿게 하는 건 가면뿐이네
알몸을 보아서는 안 돼
길거리를 배회하는 포르노그라피는 권리라는데
현미경 아래 슬라이드 글라스 위
꿰뚫는 빛이 불편하다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