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이 멈추고 무서운 숙취가 찾아오면 나는 이불에 갇혀 웅크리고 떤다 혼자 떤다 연탄가스 매캐하고 악을 쓰고 몸을 기울여야 겨우 들리는 술집에서 따닥 뚜껑을 딴 뒤 투명한 잔에 맑은 술 졸졸졸 창을 가린 허름한 시트지에는 푸른 초원에 웃는 소 일가족 건배, 건배, 건강이 최고야 펄떡이는 생선을 건져 눈 앞에서 대가리를 치고 배를 가르면 쏟아지는 내장 흥건한 피 자기 몸의 해체를 지켜보는 눈동자 칼로 슥 슥 걷어내고 맛있는 회 한 접시 건배, 건배, 오래 오래 사세요 어두운 조명 오징어 땅콩에 맥주를 마시면서 어느 집 누가 죽었다더라 나이 오십에 간경화 배가 이만큼 부풀었다던데 건배, 건배, 채식이 몸에 좋대 육식으로 쌓인 독소를 빼준다는데 그래도 괜찮아 여기는 사법고시보다 어렵다는 복어조리기능장의 집 건배, 건배, 건배, 건배, 천장이 눈앞에 아찔하고 엄마, 엄마, 나는 이제 죽나요 열병에 걸린 아들 젖은 수건으로 이마를 닦아주고 엄마는 웃으셨다 아냐, 아냐, 재영이 안 죽어 검은 상복에 붉은 육개장 문상객이 따라주던 하얀 종이컵에 투명한 소주 검은 눈동자에 붉은 눈시울 하얀 꽃 투명한 숨 엄마는 웃으셨다 ..., ..., 눈을 뜨면 세상이 돌고 눈을 감으면 내가 돈다 숙취는 모두의 것 나는 이불에 갇혀 혼자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