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맑음
내일은 결혼사진을 찍는다. 요 며칠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먹고 있다. 우락부락하게 몸 키울 생각은 없지만, 별로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진이면 평생 남는 건데, 멀쩡하게는 보여야 하지 않겠어?
몸은 습관 대로 큰다. 몸은 마치 지층과 같아서 켜켜이 퇴적된 무늬를 갖는다. 하루 양치 거른다고 충치가 생기겠냐마는 그런 행적들이 충치를 낳는 것이다. 오래 앉아 생활하면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배가 나온다. 살은 흐물흐물해지고 목과 허리가 굽는다. 그래서 며칠 동안만이라도 몸을 움직였다. 안 쓴 근육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가며 운동했다. 뛰면서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바닥을 쓰고, 역기와 아령을 들면서 가슴, 등, 어깨, 팔을 썼다. 굽어있던 목과 어깨, 허리와 오금을 늘리기도 했다. 김밥으로 대충 때우던 식사를 그만두고 고기와 채소를 챙겨먹었다. 채소를 먹으니 확실히, 화장실 드나들기가 편하다. 몇 년 동안 쌓인 습관의 빚이 며칠의 노력으로 탕감될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좋다. 사진 찍고 그만두면 습관이라기보다 벼락치기일 테니 한번 잘 유지해봐야겠다.
지원이 함께 어릴 적 사진을 들고 찍자고 했다. 어떤 사진을 들고 찍을까 하여 본가에 들러 오랜만에 앨범을 펼쳤는데, 사진이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뚱하니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어릴 때 사진 찍는 걸 그렇게 싫어했어- 하는 어머니 말씀에 부끄러웠다. 그렇게 사진 찍기 싫어하던 아들 붙잡고 끈질기게 찍어 몇 장이라도 남겨놓으셨다니, 감사하다. 사진도 지층 같아서 삶의 어느 순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됐겠거니 싶다. 곧 남길 결혼사진도 삶이라는 퇴적암에 한 층을 이룰 게다.
우리는 매일매일 흩어진다. 흩어지면서도 순간들을 모아 몸으로 사진으로 남긴다. 어제는 갓또의 사진을 남겼다. 닭가슴살을 삶고 장어를 구워 채소와 함께 먹었는데, 갓또는 그게 그렇게 먹고 싶었나보다. 건강한 식사가 뿌듯해서 사진으로 남기려는데 어느새 식탁에 올라온 갓또가 화면에 난입했다. 며칠 전 지원과 함께 갓또의 지난 사진을 보는데, 세 달 전 사진 속 갓또는 지금보다 절반 크기였다. 성장이란 남긴 과거를 돌아볼 때 깨닫는 법이다. 사진도 글도 자주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