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위대해지자는 것이 아니다. 우습게만 살지 말자는 것이다. 시간을 쪼개 잠 줄여가며 대단한 일을 하자는 게 아니고, 멍청하게 시간을 죽이지 말자는 것이다. 내 삶에 투입된 타인의 노력을 충분히 인정하고, 그들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요컨대, 자살을 하려거든 시체를 치우는 고생을 남에게 시키지 않을 만큼 조용히 사라지시라.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충고하는 바다. 그러나 당신의 시체를 찾지 못해도 장례식은 열릴 것이다. 유족은 애도할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당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혼자 살고 싶었다면 애초에 태어나지를 말았어야 했다.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한다. 자기 삶의 무게는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 짐을 타인의 어깨에 지우지 말라!

당신은 여러모로 무능하다. 그건 나도 알고 당신 스스로도 안다. 그러면 배워야지? 한 번의 무능은 과실이지만 반복된 무능은 고의다. 무능이라는 파도에 끊임없이 맞서고 헤엄치는 척이라도 하라! 너무나 역겹다.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다. 못 배워서가 아니라 안 배워서 역겹다. 배우려는데 자꾸만 실패하는 당신은 오히려 위대하겠지. 알량한 당신의 세계 안에서 안주하지 마라. 세상의 위험에 맞서라는 말이 그렇게 두렵나? 애초에 당신은 겁쟁이라 죽을 위험 근처에도 가지 못할 텐데? 당신 세계를 깨부수라는 말이 전혀 아니다. 당신 세계를 이루는 경계를 손톱만큼이라도 흔들어 보라는 것이다. 흔들어서 흔들리면 그만큼이라도 밖으로 옮겨보라는 것이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렵나?

당신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 당신의 심장은 이미 차갑게 식어있다. 당신의 입에서는 벌써부터 시체 냄새가 난다. 당신의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고 다가올 죽음만 바라보고 있다. 누구보다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누구보다 죽음을 바라는 듯 보이는 당신. 고작 내일 눈 떠서 먹고 사는 데 감사하는 자들. 여물 씹고 똥 싸지르고 한가로이 잠들면 그뿐인 소들, 날지 못하는 자기 자신보다 언젠가 목을 비틀 주인의 강림만 걱정하는 닭들. 당신 앞의 거울이다. 당신들에게는 주어진 삶이,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아, 당신들의 시간을 빼앗아 내가 쓸 수 있다면! 자신의 무능에는 두 손 모아 순응하면서도 타인의 유능함에 바짓가랑이 붙잡고 매달리는 당신들은, 이미 그들 어깨에 송장처럼 얹혀 있다.

촌스러운 영웅담이라도 들려준다면 곁을 지키련만. 신이 나를 구원해줬다고만 반복하는 당신의 말을 어느 누가 들어줄 것인가? 간증을 하면서도 구원을 포기하겠다는 자들! 무능한 흙덩어리임을 시인하면서도 전능한 신을 넘어서려는 자들! 그들에게는 구원도 심판이 될 것이다.

유일한 자랑이 행운의 산물인 당신. 나는 당신을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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