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30. 요약생활 114

화요일, 흐림 나는 국어선생님들을 사랑한다. 아니,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놓고 보니 모두 국어선생님이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어제는 중학 시절에 만난 국어선생님과 저녁을 먹었다. 그저께는 국어선생님을 하던 고교 친구와 길게 통화했다. 이 두 국어선생님은 정말 선생님이어서 언제 어디서든 매번 배운다. 집앞 꼼장어 집에서 만나면 그곳이 교실이 되고, 실없는 안부전화를 하면 그야말로 원격교육이 된다. 그래서 한 선생님을 만나면…

2023. 5. 23. 요약생활 113

화요일, 맑음 내일은 결혼사진을 찍는다. 요 며칠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먹고 있다. 우락부락하게 몸 키울 생각은 없지만, 별로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진이면 평생 남는 건데, 멀쩡하게는 보여야 하지 않겠어? 몸은 습관 대로 큰다. 몸은 마치 지층과 같아서 켜켜이 퇴적된 무늬를 갖는다. 하루 양치 거른다고 충치가 생기겠냐마는 그런 행적들이 충치를 낳는…

거울

위대해지자는 것이 아니다. 우습게만 살지 말자는 것이다. 시간을 쪼개 잠 줄여가며 대단한 일을 하자는 게 아니고, 멍청하게 시간을 죽이지 말자는 것이다. 내 삶에 투입된 타인의 노력을 충분히 인정하고, 그들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요컨대, 자살을 하려거든 시체를 치우는 고생을 남에게 시키지 않을 만큼 조용히 사라지시라.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충고하는 바다. 그러나 당신의 시체를 찾지…

분해의 철학 저자특강을 기다리며

아렌트를 공부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아렌트가 마르크스를 비판하면서 사물의 내구성에 주목했다는 점.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생각보다 우리 학계가 사물의 내구성보다 정치 행위를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는 점. 후지하라 다쓰시의 마르크스의 사상에서 자본과 노동을 구분해 생각할 수 있다. 노동은 소비재를 소모한 결과이고, 자본은 사용대상을 축적한 결과니까. 소비재는 쌓아봐야 상해서 축적이 안 된다. 아끼면 똥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