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구름 조금
어제는 상견례를 했다. 공식적인 혼례의 시작이다. 이 시간부터, 혼례는 우리 둘이 논의하던 일에서 가족 전체가 논의하는 일로 격상됐다. 다행히 모두가 환대해주셨다. 화기애애했다. 지원이 시작부터 눈물을 쏟아 나도 울 뻔했다. 다 마친 뒤에 왜 울었냐 물어보니 벅차서 그랬다고 한다. 나도 내가 왜 울 뻔했는지 몰랐는데, 그 말이 맞는 듯하다.
상견례가 끝난 뒤에는 각 가정마다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지원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할머니를 뵙고, 우리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뻗었다. 열한 시가 다 돼서 지원과 잔치국수를 시켜 먹었다. 출근해야 해서 다시 잤다. 간밤에 감기에 들었는지 지금은 인후통으로 고생하고 있다.
우리는 삶의 어떤 순간을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첫 키스를 하면 종 소리가 들리고, 대학에 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삶을 바꾸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없다. 첫 키스의 순간도 입술이 닿기 1초 전과 다르지 않았다. 대학 합격을 알게 된 날도 그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상견례 자리도 엄청나게 떨었던, 정신없는 하루였다는 것 말고는 오늘과 별반 차이나지 않는다. 달라진 건 나를 둘러싼 시공간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마치 문지방을 넘듯이, 삶의 특별한 순간들을 지나면 나는 내 미래와 과거를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본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보내지만, 나는 이제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