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0. 요약생활 110

월요일, 맑음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원과 함께 살 전셋집을 구했다. 이사는 6월 중순. 조만간 상견례를 할 것이고, 결혼식을 준비할 것이다. 이렇게 한 가정을 꾸린다. 최근에 내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국회를 떠나 강서구의회에서 일하고 있다. 일은 이미 손에 익었고, 좀 더 배울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중이다. 점심시간에는 이렇게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강서도서관에 와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걸어가는 길에 김밥이나 토스트를 사서 떼우면 시간이 딱 맞는다. 중요한 장서들도 많아 재밌게 보고 있다. 특히 돈 주고는 사기 어려운 과학 교과서를 많이 본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탐구하는 중인데 나중에 내 책에 들어갈 귀중한 지식들이다.

작년에 엉겁결에 시작한 독서모임은 순항 중이고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다 뗐다. 조만간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을 읽는다. 감개무량이다. 이양수 선생님과 하는 독서모임에서는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을 다시 읽었다. 아직도 원서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 진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도 해석의 새로운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다. 공부는 정말이지 끝이 없다.

책을 쓰려는데 잘 되지는 않는다. 되는 대로 지껄이고 있다. 일단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엉터리로라도 풀어내고, 한 흐름으로 엮을 생각을 해야겠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바디 프로필이 내가 보기에 이 세대를 관통하는 흐름이 아닐까 싶다. 글 잘 쓰고 싶다.

고양이 갓또는 잘 자라고 있다. 이제 아기 티를 제법 벗었다. 몸이 먼저 크고 머리가 덩달아 자랐다. 유치가 모두 빠지고 영구치가 조금씩 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갓또는 외모로만 따질 때 아주 예쁜 고양이는 아닐 테다. 그보다 훨씬 예쁘다는 고양이는 어디 가든 돈 주고 살 수 있다. 그러나 갓또는 하는 행동이 사람 같다. 어쩔 때는 쟤가 내 자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 같다. 잘 기르고 싶다. 정말 행복하면 가장 불행할 순간을 떠올리듯이, 갓또를 보면 나는 언제나 죽음을 떠올린다. 고양이는 15년 정도를 산다니, 앞으로 반 세대가 남았다. 내 아이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하고 학교에 들어갈 때쯤 갓또는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의 죽음까지 함께하고 싶다. 이 생각은 지원에게도 언제나 떠올리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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