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무한한 변화의 흐름(flux)은 구성된 모든 것을 해체해버린다. 흐름은 질서(νομός) 아래 놓인 물질들을 무질서하게 흩어놓는다. 질서와 무질서라는 것도 사실은 생명의 관점에서 세계를 일도양단한 결과이다. 구성된 것과 해체된 것 사이의 경계는 정신의 산물이다. 질서를 찾지 못하면 어떤 것도 구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덕은 부패하고(decay), 건물은 망가지며(decay), 유기체는 상하고(decay), 원자는 붕괴한다(decay). 중력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조건에 저항해(ob-) 서로 응집해있던 대상(object)의 부분들이 떨어져나가는(cadere) 것이다. 그 결과는 중력에 대한 순응, 즉 누워있는 정지상태(iacere)이다. 무질서한 것들의 이미지는 아마도, 우주가 차갑게 식어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전망하는 세상의 끝, 모든 것이 누워 어떤 운동도 일어나지 않는 열 평형(equalibrium)일 것이다.
생명은 자연의 흐름에 맞선다. 운동은 질서를 회복한다. 운동의 방법은 반복이다. 이 현상은 DNA의 자기복제에서부터 유기체의 운동, 번식, 생태계의 회복에 이르기까지 반복된다. 생명은 운동함으로써 외부의 무질서에 맞서 동일한 모습을 지속한다. 이때 지속되는 동일한 모습은 생명이 규정한 질서에 따른다. 운동을 멈춘 생명은 사물이 된다. 외부의 무질서에 저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흡과 심장 박동이 정지할 때 사망선고를 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명의 딜레마는 바로 열(θερμός)에 있다. 열이 높으면 물질은 흩어지고 사물은 녹는다. 사물을 구성하던 질서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열이 낮으면 생명은 물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