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는 10년 전에 비해 직업을 고려할 때 안정성을 더 선호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안정성이란 “지속적인 고용 보장”을 의미한다. 지속적인 고용 보장은 무엇을 의미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원치 않게 잘리는 경우’가 없거나 적은 상태를 의미할 것이다.
물론 깊게 들어가자면야 수많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원치 않은 해고만 고용 불안정인가? 알다시피,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해고에 엄격하다. 정당한 이유 없이는 회사가 직원에게 해고나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해고에 준하는 조치는 무엇인지는 법정에서 다툰다. 공개된 관련 판례만 해도 2023년 기준 162건이다. 변호사와 노무사만 노난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회사측의 해결책은 ‘알아서 기어나가게 만들기’이다. 정당한 이유 만들기가 어려워지니 해고가 아닌 듯이 위장하는 것이다. 권고사직이 이에 해당하는 조치다. 권고사직은 직장을 그만두도록 회사가 직원에게 권고한다는 뜻이다. 회사를 나가야 하는 직원의 처지가 딱한지 회사는 위로금도 쥐어준다. 물론 권고사직은 권고일 뿐이기에, 직원은 사직을 권고하는 회사에 반대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개념이 근속년수다. 2022년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고용노동통계연감에는 직종과 성별, 학력, 연령을 기준으로 근속연수를 조사해 수록했다. 전 직종 평균을 냈을 때 남녀 모두 학력이 높을수록 근속연수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권고는 명목상으로만 권고다. 회사의 권고에도 직원이 남기로 결정한다면, 회사는 직원에게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으리라는 경고와도 같다. 애초에 권고사직부터가 법 밖에 있는 용어다보니, 사직권고를 거부한 직원에 회사가 가하는 불이익도 우리나라 법망으로는 잡기 어려운 아주 애매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회사의 사직권고는 사실상 해고 통보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직원은 서류상 ‘나의 의지로 직장을 그만두었음’을 확정한다.
이 모든 일에서 안전한 사람들, 즉 ‘밥줄이 끊길 일 없는 사람들’은 속칭 ‘철밥통’으로 불린다. 대표적으로 공무원이 있다. 대한민국헌법에 따르면 공무원의 신분은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은 60세까지 일할 수 있다. 한 번 공무원이 되면, 죄를 짓지 않고서는 잘리지 않는다.
대한민국헌법 제78조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 국가공무원법 제74조(정년) ① 공무원의 정년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60세로 한다. 제68조(의사에 반한 신분 조치)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ㆍ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1급 공무원과 제23조에 따라 배정된 직무등급이 가장 높은 등급의 직위에 임용된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공무원보다 더한 철밥통은 법관이다. 법관의 임기는 법률보다 더한 헌법으로 정한다. 헌법으로 정하는 다른 공직자의 임기는 대체로 5년 미만이나, 법관의 임기는 헌법에 적힌 것만 해도 10년이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판사는 65세까지 무한히 연임할 수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05조 ①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②대법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 ③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의 임기는 10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 ④법관의 정년은 법률로 정한다. 법원조직법 제45조(임기ㆍ연임ㆍ정년) ①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중임(重任)할 수 없다. ② 대법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 ③ 판사의 임기는 10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 ④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정년은 각각 70세, 판사의 정년은 65세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