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든, 많은 수가 쌓이면 비슷해진다. 투명한 유리 잔에 담긴 맑은 물을 떠올려보자. 거기에 검은색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잉크 방울은 물 속에서 확산하고, 맑은 물은 검게 변할 것이다. 검은 물은 특정한 부분이 더 검거나 덜 검지 않고, 어느 부분이나 비슷하게 검을 것이다. 잉크 방울을 구성하던 수많은 분자들이 고르게 흩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잉크 분자들은 마치 서로의 위치를 알기라도 하는 듯이, 서로 적절한 거리를 둘 것이다.
한편, 맑은 물에 검은 잉크 분자 단 하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해보자. 그 물은 마치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이 검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사정은 다르다. 맑은 물은 카오스다. 투명한 유리 잔 안에서는 수없이 많은 물 분자들이 서로 부딪히고 있다. 그 안에 잉크 분자가 끼어든다면 그 분자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것이다. 그 결과 잉크 분자는 표류한다. 잉크분자가 언제 어디에서 멈출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시 검게 변한 물로 돌아가보자. 잉크의 확산은 수없이 많은 잉크 분자들의 표류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셀 수 없이 많은 잉크 분자들이 표류한 결과 맑은 물은 고르게 검다. 만일 유리 잔 안에 x개의 물 분자가 있고, 그 안에 y개의 잉크 분자를 넣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안다면, 우리는 특정한 부분에 몇 개의 잉크 분자가 있는지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유리 잔을 위와 아래 두 부분으로 나누고 아랫부분에 얼마나 많은 잉크 분자가 들어있는지 생각해본다면, y/2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물 속의 잉크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밀폐된 지하철 한 쪽 끝에서 저 쪽 끝에 앉은 사람이 방귀를 뀌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따뜻한 봄이 오면 굳이 꽃 근처에 가지 않아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꽃가루 때문에 재채기를 하기도 한다. 모두 아주 작은 것들이 수없이 많이 있을 때 고르게, 널리 퍼지는 확산 현상이다.
여기서 ‘고르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일정 수준이라는 뜻이다. 마치 수평선 같이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진짜 아무런 차이도 없을까? 아니다, 검은 물 속의 잉크 분자처럼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차이와 오차가 있다. 하나 하나의 표류 때문이다. ‘평평하고 고른 것’이라는 뜻의 ‘평균’은 바로 그런 상태, 즉 가까이 보면 모두 다르지만 멀리서 보면 어느 정도 일관성을 지니는 것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이런 상태를 물리학적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n 규칙” 모든 오차는 표본 수의 제곱근이다. 다시 말해, 컵에 담긴 잉크 분자 100개에는 10개, 10,000개에는 100개, 1,000,000개에는 1,000개 정도 틀릴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