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진눈깨비
지난 금요일에는 지원에게 목걸이를 건넸다. 결혼하자고 말했다. 원래 연애 7주년을 맞아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필름카메라 전문 작가를 섭외하고, 처음 만난 고등학교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작가에게 몰래 연락해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전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지원은 아주 좋아했다. 언제 목걸이를 주나 조마조마했다. 필름카메라는 36장만 찍을 수 있다. 한장 한장이 소중하다. 4장을 남겨두고 목걸이를 건넸다.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 지원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려는데 손이 떨려 한참을 헤맸다. 정신을 차려보니 기념사진을 찍자고 한다. 목걸이를 맨 지원과 나란히 앉아 카메라를 봤다. 찰칵. 마지막 한 장이 끝났다고 했다.
토요일에는 독서모임을 두 개 다녀왔다. 오전에는 원래 교수님과 하던 모임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을 다 읽었다. 이사야 벌린 낭만주의의 뿌리가 기억나지 않아 다시 훑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에는 내가 새로 만든 모임에 갔다. 지원의 공방을 빌려 소정의 참가비를 받고 모임을 진행한다. 아직 인원은 한 명이다. 나 포함 두 명.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1권을 읽었는데, 실존주의에 관심이 많은 분인 듯했다. 책 이야기보다 다른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