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담당자 A 씨의 이야기다. 경력자 A 씨는 최근에 입사했다. 전임자 B가 퇴사한 까닭이다. 인수인계는 하루. A 씨가 없던 지난 2년 간의 이야기를 몇 시간에 압축해 들었다. B는 몇몇 계정을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고 했다. 몸이 아파 퇴사한다고도 했다. A 씨는 알겠다고 했다. B의 퇴사에는 상사와의 다툼도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본격적으로 계정을 들여다보니 문제는 심각했다. 몇몇 계정의 숫자가 안 맞기도 하거니와, 회계감사가 당장 몇 주 뒤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B에게 물어보려 하니 이미 해외로 출국하는 비행기가 이륙한지 오래였다. A 씨는 업계 평판을 생각해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상사 C에게 상황을 알리니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C는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듯했다. C에게 이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려면 회계업무 전반을 알려줘야만 했다. 옆자리 D에게 털어놔도 마찬가지였다. D는 A 씨를 열심히 위로했지만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었다. 누구에게 말해도 A 씨는 혼자 일하고 있었다. A 씨는 외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