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4. 요약생활 106

목요일, 맑음 출근해서 일 봤다. 하루종일 붕 뜬 날이었다. 회의 일정부터 해서, 약속대로 진행된 게 하나 없었다.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아 회의 시작 3분 전에야 안건이 확정됐다. 마구 흔들리며 사는 게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정치는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일이다. 인간이 물건을 만드는 일처럼 하면 안 된다. 인간들이 어떤 정신적인 것을 실현할 때에는, 플라톤의 형상이나…

보이는 일, 보이지 않는 일

회계담당자 A 씨의 이야기다. 경력자 A 씨는 최근에 입사했다. 전임자 B가 퇴사한 까닭이다. 인수인계는 하루. A 씨가 없던 지난 2년 간의 이야기를 몇 시간에 압축해 들었다. B는 몇몇 계정을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고 했다. 몸이 아파 퇴사한다고도 했다. A 씨는 알겠다고 했다. B의 퇴사에는 상사와의 다툼도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본격적으로 계정을 들여다보니 문제는 심각했다. 몇몇…

2022. 11. 23. 요약생활 105

수요일, 맑음 출근해서 일 봤다. 모든 일이 순조롭다. 다만 소득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걸까? 군대에서도 일해보고, 회사에서도 일해보고, 학교에서도 일해보고, 정부에서도 일을 하고 있지만, 당췌 모르겠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아서 아직은 확언할 수 없지만, 철학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건 하나 있다. 유명해지면 돈을 번다. 파렴치한 범죄로 이름을 알리는 악명만…

2022. 11. 22. 요약생활 104

화요일, 맑음 출근해서 일 봤다. 법안을 하나 만들고 있다. 새로울 건 없지만, 중요한 법안이다. 자세한 내용을 옮기기엔 좀 그렇지만,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남의 돈 빌려 쓰고 빌려준 이에게 돈 쓴 내역을 소상히 알리기로 했는데, 그냥 '알린다'라고만 계약서에 써있다.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알려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다. 물론 법률은 명령이나 규칙보다 추상적인 것들을 규정해야 한다.…

2022. 11. 21. 요약생활 103

월요일, 맑음 생활철학연구소를 차렸는데 파리만 날린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야매 철학관을 열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줘 재밌게 문답했다. 자기 삶과 연관된 질문을 하면 재밌다. 그게 철학이다. 출근해서 일을 보는데, 바쁜 일이 끝나니 여유로웠다. 이제부터 몰아치지 말고, 미리 하면 된다. 미래를 앞서 살자. 그렇게 살되 미래에 매몰되지는 말자. -지금껏 정말 많은 글을 썼는데, 혹시 교수님만의 글쓰기 비법이나…

2022. 11. 20. 요약생활 102

일요일, 맑음 날이 따듯했다. 때는 겨울인데 날씨는 봄이다. 어디에서는 개나리가 폈다 한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모조리 망하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지원과 나들이를 갔다. 송도 센트럴파크. 잘 꾸민 공간에서 편히 쉬다 왔다. 지원의 지인에게 반려견을 데려왔다. 네 시간 남짓 함께 나들이를 했는데, 생명의 무게가 상당했다. 새로운 생명이 곁에 있다는 건, 그리고 그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건…

2022. 11. 16. 요약생활 101

목요일, 맑음 나는 일기랑 정말 안 맞는 듯. 한달 지나 쓴다. 그래도 아예 잊지 않고 쓴다는 게 어디. 10월 한달 내내 국정감사 치른다고 정신 없었다. 국정감사 끝나니 바로 11월 한달 동안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의 한다고 정신 없었다. 정말이지 정신 없이 사는 삶이었다. 예결위 끝나고 어제 하루 쉬었다. 지원과 오랜만에 데이트하고 푹 쉬었다. 앞으로 할 일은 법안…

구글 타임라인

구글 타임라인이라는 사이트를 아시는지? https://timeline.google.com/ 스마트폰에 구글 계정을 연동하고, 위치추적을 승인하면, 내가 언제 어디에 어떤 교통수단으로 이동했는지 지도에 표시된다. 구글이 내 위치를 모조리 보고 있다는 점이 꺼림칙하지만, 나는 이걸 매일 아침 확인한다. 아, 어제 여기를 다녀왔구나. 그래, 어제도 술을 마셨구나. 어제는 야근을 오래 했구나... 나중에 내가 다닌 경로를 다 겹쳐서 히트맵을 찍어보면 재밌겠다. 칸트가 말했듯이,…

명백한 사실, 사실적 진리

이 글을 쓴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10월 3일, 글을 쓸 당시에는 하나의 사건에 여러 해석이 있었다. 적어도 내 귀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보고 "이 새끼들"이라고 말한 것으로,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들렸다. 그러나 당시 윤석열 행정부를 비롯해 여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는 그런 식의 말장난이 없다. 물론, '참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