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제안한 법안을 발의하는 날, 이런 일을 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다. 그때 진짜 보좌진이 되는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슨 직함을 다는지보다 무슨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역구는 동작구. 물난리가 났다. 삶의 터전이 똥물에 토사에 휩쓸렸다. 주민들이 절망했다. 의원실 전 직원 비상근무. 준비하고 있던 법안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수진 의원께서는 매일 재난현장을 확인하셨다.

입법부는 행정부를 감시한다. 재난상황에서 입법기관의 역할은 행정기관이 재난구호를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 공무원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했다. 현장에서 보니, 동작구의 행정기관은 재난을 예방하지 못했다. 재난현황과 관계부처의 대응계획이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재난구호에서마저도 소외된 주민들이 나타났다.

사당동 지하 창업카페에서는 수십 명의 청년 사업가들이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비가 덮쳤다. 사무실이 무너졌다. 배송을 기다리던 재고가 폐기됐다. 이미 들어온 주문을 모두 취소하면 그때는 정말 파산이다. 임시로 사업을 지속할 공간이 절실했다. 이수진 의원님의 고민이 깊어갔다.

모교 숭실대학교가 생각났다. 어제 김선욱 교수님께 급하게 연락을 드렸다. 부족한 나를 지도해 주실 만큼 마음이 넓으시고, 학사부총장으로 일하고 계시니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연락이 닿자마자 곧바로 담당자를 연결해주셨다. 연락을 드린 바로 그날 당일에, 숭실대학교 창업지원센터가 여유 공간을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오늘 청년 사업가들이 숭실대학교를 방문했다. 입주는 화요일. 한 달뿐인 피난처지만 재난으로 생계마저 잃는 일은 당분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승님께 받은 은혜를 어찌 보답해야 할지…

아직 할 일이 태산이다. 비록 이번에는 숭실대 창업센터의 사업취지와 맞아 지원할 수 있었지만, 피해 입은 다른 사람들을 지원할 기관을 찾아봐야 한다. 아직 많은 주민들이 잘 곳을 찾아 헤맨다. 길가엔 물에 빠진 집기가 쌓여 있다. 수인성 전염병이 돌 것 같다. 피해보상도 문제다. 빗물펌프장 운영 매뉴얼과 우수관로 설비를 정비해야 한다. 지금도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나는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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