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바둑에 빠져 산다. 아주 어릴 적 바둑학원에 다녔다. 한 다섯 살 쯤이었나. 그때는 꽤나 둔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 까먹었다. 활로가 모두 막히면 죽는다는 정도의 간단한 규칙만 안다. 그런데 이런 초보가 프로기사들 대국은 챙겨본다. 신진서 대 커제, 신진서 대 변상일을 보면서, 이런 게 예술이구나... 하고 감탄한다. 물론 왜 감탄하는지도 잘 모른다. 그냥…
[월:] 2022 8월
내가 사랑하는 노래들 (1) | 알 수 없는 인생 – 이문세
알 수 없는 인생 - 이문세 (2006.08.03 이문세 + 발칙한 여자들 O.S.T.)
플라톤과 페미니즘과 통계와 능력주의
플라톤은 정치적 영역에서 성차별을 비판했다. 예를 들자면 『국가』의 이런 언급이다.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일로서 여자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의 것인 것은 없고, 남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의 것인 것도 없다네. 오히려 여러 가지 성향이 양쪽 성의 생물들에 비슷하게 흩어져 있어서, 모든 일에 여자도 '성향에 따라' 관여하게 되고, 남자도 모든 일에 마찬가지로 관여하게 되는 걸세." (455d-e) 플라톤은 페미니스트였는가?…
나의 일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제안한 법안을 발의하는 날, 이런 일을 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다. 그때 진짜 보좌진이 되는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슨 직함을 다는지보다 무슨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역구는 동작구. 물난리가 났다. 삶의 터전이 똥물에 토사에 휩쓸렸다. 주민들이 절망했다. 의원실 전 직원 비상근무. 준비하고 있던 법안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수진 의원께서는 매일 재난현장을 확인하셨다.…
플라톤 『국가(ΠΟΛΙΤΕΙΑ)』 읽기 | 3권
3권은 문학에 관한 장이다. 플라톤이 시인을 국가에서 추방하자고 했다거나 단순 모방에 그친 예술의 가치를 폄하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을 읽어보면 전혀 이야기가 다르다. 우선 거짓말에 관한 논의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거짓말에 대한 논의는 2권에 나타난다. 소크라테스는 국가에 통용되는 이야기가 규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은 그 자체로 선한 존재이므로 모든 선한 일의 원인이기 떄문이다. 따라서 거짓말이나…
플라톤 『국가(ΠΟΛΙΤΕΙΑ)』 읽기 | 2권
2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권 막바지 트라쉬마코스의 논의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2권은 책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핵심적 부분이다.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는 트라쉬마코스의 질문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 가지 주장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살펴보자. 트라쉬마코스는, '올바른 것(τό δίκαιον)은 더 강한 자(ὁ κρείττων)의 이로운 것(τό συμφερον)'이라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는 이에 강자도 사람이니, 실수하면 자기에게 이롭지 않은 것을 법률로 정하지…
2022. 8. 1. 요약생활 93
아, 뿌듯하다. 요즘 일하면서 매번 뿌듯함을 느낀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게 됐는데, 첫 전체회의에서 내가 쓴 질의서가 읽혔다. 질의서는 기획재정부의 「2022 세제개편안」에서 '투자상생협력세제'가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쓰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원청과 하청의 상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현안과 엮었는데 그게 주효했던 듯하다. 보도자료도 안 썼는데 기사가 났다. 하청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