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은 결합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만이 함께할 수 있다. 남녀간에, 부모자식 사이에, 친구 사이에 우리는 사랑한다. 그 첫 모습은 신과 인간을 엮어주는 사랑이겠으나 그게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신은 인간이 아니므로.

사랑은 생성이다. 남녀가 사랑을 하면 아이가 태어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면 아이는 성장한다. 성장한 아이들이 서로를 사랑하면 공동체가 탄생한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면 대체로 사랑 때문이다.

인간의 사랑에는 언제나 조건이 붙는다. 살아있어야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할 만한 사람이어야 사랑할 수 있다. 내 사랑을 받아주어야 사랑할 수 있다. 조건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신으로 여기거나 상대방을 신으로 여기는 게 분명하다. 인간은 인간이기에 언제나 조건에 놓여있다.

사랑에 조건이 붙으면 존경이 된다. 상대방이 존경할 만한 행위를 해야, 혹은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그를 존경할 수 있다. 사랑은 상대방의 행위보다 그 사람 자체만을 보려고 하기 때문에 사랑은 거리를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타인의 삶을 살 수 없다. 타인은 나와 결코 좁힐 수 없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존경으로 미끄러진다.

사랑의 끝은 그 대신 죽는 것이다. 존경의 끝은 그의 삶을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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