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은 내가 내 행동을 돌아볼 때에만 느껴진다. 양심의 목소리는 다름아닌 내 목소리. 양심의 고통은 내가 내게 주는 처벌. 도덕은 자기 자신과 대화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세계다. 판단의 기준을 다른 누군가에 맡긴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판단의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요구조건만 만족하면 도덕을 완성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정해진 규칙만 따르면 이외의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월:] 2022 6월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계몽은 설명할 수 없던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불합리한 것의 합리화. 계몽을 통해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따지고 보면 신화와 비슷한데, 인간은 신화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자연을 지배할 수 있었다. 모든 계몽에는 그 안에 불합리함이 담겨 있다. 그 불합리함을 보지 못하는 건, 나만 언제나 옳다는 편집증적 정신이다. 그래서 계몽은 신화가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언제나…
퀀텀스토리
휴가를 받아 쉬고 있다. 오랜만에 긴 호흡으로 과학의 바다를 탐험하는 중. 사물세계를 관통하는 규칙을 찾는 일도 결국은 인간이 한다. 겸손함이 세상을 나아가게 만든다. 겸손한 마음씨를 가진 똑똑한 사람들이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었던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들의 겸손함이 없었다면 세상은 아주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나는 그 방향이 좋은 방향일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을 줄여 써야 할 국회
이번에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발간한 국가미래전략 인사이트 너무 좋다. 제목은 「'국가'와 '국민'을 줄여 써야 할 국회」.언어와 정치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전제 위에,국회에서 '국가'와 '국민'이라는 단어를 애용한 역사를 살펴보고,국민과 시민, 국가와 정부가 다른 의미를 갖고 있으니 적절하게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짧은데, 내용이 충실하다.헌법의 언어도 분석하고, 의회에서 씀직한 단어들의 기원도 설명한다.독일 의사당의 지붕이 투명해 누구나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진보와 빈곤
졸업식했다. 👨🏻🎓 기쁜 날이지만 그보다…『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 읽는 중.(일 때문에 『편견이란 무엇인가』는 잠시 접어두고 헨리 조지를 처음 만났다) 내가 경제 문외한이어서 놀라움의 연속.역시나 앞 몇 챕터만 읽고 있지만, 내가 느낀 경이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쓴다. 세상이 진보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개인의 나태나 무능에만 돌리는 건 별로 멋지지 않은 일이다. 흔히 생산의 3요소라 하는 토지, 노동,…
편견이란 무엇인가
편견이란 무엇인가(The Place of Prejudice) 읽는 중.여러 가지로 놀랄 만한 글이다. 서문까지 읽으면서 놀란 점 주제가 골때리게 참신하다 (편견에 대한 편견 깨기)참고한 문헌들의 깊이와 범위가 상당하다 (플라톤부터 가다머까지)서문을 아주 정교하고 근면하게 썼다 (약 30페이지)거대하고 복잡한 담론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재능이 탁월하다 (이름만 들어도 두려운 철학자들을 쉽게 설명한다)작가 아담 샌델이 마이클 샌델의 아들이다 (부전자전도 일종의 편견일 테니까…)…
생각
인간은 물건이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꼼짝 않을 수 있는 건 도마 위의 생닭뿐이다. 인간이 모여 만든 것들도 그러하다. 어쭙잖은 동아리부터 시작해 국가, 국제연합까지. 상황에 따라 인간은 다르게 행한다. 인간의 일에 한해서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 그렇다고 도덕이나 윤리, 정치가 아무짝에 쓸모없는 건 아니다. 견고한 기준이 없다고 손놓을…
시스템, 계, 체계, 기계, 헌법
시스템(system)은 그리스어 쉬스떼마(σύστημα)에서 왔는데, 함께(쉰, σύν) 서있다(히스떼미, ἵστημι)는 말이 조합된 단어이다. 라틴어로 치면 콘시스토(cōnsistō)인데, 역시 함께(쿰, cum) 서있다(시스타레, sistāre)는 뜻이다. 그러나 의미로 보면 쉬스떼마는 콘스티투토(cōnstitūtō)와 더욱 가깝다. 콘시스토는 멈추다는 의미에 더욱 가깝지만 콘스티투토는 설립하다 혹은 결정하다라는 뜻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당연히 콘스티투토 역시 함께 세우다(스타투오, statuō)라는 의미로 형성됐다. 쉬스떼마는 집합체, 기계, 무리, 동맹을 의미한다. 단지 멈춘다는…
독일의 양자역학자들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막스 플랑크의 양자 개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 에르빈 슈뢰딩거의 파동함수. 그 모든 학자들은 새로운 시각을 엄밀한 이론으로 설명했다. 그 중에 제일은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이라 본다. 그로 인해 물질이 무질서하고, 생명이 오히려 질서정연하다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됐다. 물질이 안정적이라 본 것은 단지 무수히 많은 입자들의 통계적 안정성 때문이다. 정말 안정적인 것은…
사랑
사랑은 결합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만이 함께할 수 있다. 남녀간에, 부모자식 사이에, 친구 사이에 우리는 사랑한다. 그 첫 모습은 신과 인간을 엮어주는 사랑이겠으나 그게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신은 인간이 아니므로. 사랑은 생성이다. 남녀가 사랑을 하면 아이가 태어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면 아이는 성장한다. 성장한 아이들이 서로를 사랑하면 공동체가 탄생한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면 대체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