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지나 봄

  얼었던 분수가 터졌다
  버들 여린 잎 돋아나고
  목련은 벌써 떨어지기 시작해서
  목놓아 봄 부르는 새된 소리들

  남해는 벚꽃이 한철이라는데
  이곳은 아직 꽃망울이 수줍다
  어디는 겨울, 어디는 봄

  벛꽃의 꽃말은 부끄러움
  먼 흑토의 밀밭에서는 수많은 세계가 사그라들고
  나는 연못가에 앉아 벚꽃을 본다

  평화, 사랑, 인류
  이따위 거창한 것들을 떠올리면서
  결코 닿지 못할 길을 닦으면서
  빼앗긴 밀밭에도 꽃은 피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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