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에서 나는 떠들고 있었다 혼자인 줄도 모르고 소란스러운 게 바람 때문인지 소아시아의 먼 강이 흘러가는 때문인지 아니면 흑백논리에 빠진 올리브나무 때문인지 생각하다가 잠시 바람이 흰색일 수도 있겠다 영사기의 빛을 받아내듯이 바람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멸하고 흐려지고 부예져서 이제는 어두운 객석에서 멀뚱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나를 되비추는 거울처럼 하얄 수도 있겠구나 나는 바람이 너무 시끄러워서 소주 생각이 났다 육중한 것들 아래 깔린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제 삶의 운전대를 잡지 못한 트럭 운전사 그 아래 깔린 것들 어떤 이에게는 세계, 어떤 이에게는 소주 혼자 궁시렁대는 소리가 우스워서 게워낸 것들이 흰 변기에 담겨 치는 쇠소리
2022. 1. 25. 제혁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