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작성에 열중했다.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주부터였다. 해야 할 일이 크고 많다보니 시작하기를 차일피일 미루었다. 시작하고 나니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히 큰 일이라는 ‘생각’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는데, 시작하고 나니 여기부터 저기까지 해야 할 큰 ‘일’을 앞에 두게 됐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좋은 글은 좋은 의견이고, 좋은 의견은 좋은 문제에 대한 좋은 답이다. 모든 글은, 장-절-문단-문장은 하나의 답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정할수록 글이 명료해진다. 예컨대, ‘법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숨어 있다.
1) 법이 무엇인가?
2) 법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3) 법을 왜 지켜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런 질문들이 딸려 올 것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법을 지킨다는 것은 법에 동의하는 사람이 법에 부합하도록 자신의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도출된다.
2-1) 인간의 행위는 무엇 때문에 시작되는가?
2-2) 말과 행위는 어떤 경우에 부합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2-3) 인간의 행위는 무엇 때문에 반복되는가?
2-4) 반복되는 행위는 일회적인 행위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2-5) 법에 동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6) 명령과 약속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들에는 또 수많은 답들이 따라올 것이다.
말하자면, 글이란, 내가 나와 수없이 많은 질의응답을 거친 후에 그 답변들을 짜임새 있게 늘어놓는 것이다. 짜임새 있는 글이란 처음 본 사람도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작성한 글이다. 나는 아직 내 문제를, 대답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무한한 사유 과정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이번 달 말까지 글을 작성해야 한다. 생각을 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