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3.-6. 요약생활 63, 64, 65, 66

2021. 6. 3. 목. 비

오전에 연구소에 출근해 김비환 선생님의 논문을 읽었다. 현대 인식론과 중국철학사 수업을 들었다. 방학에 학부생들과 읽을 책에 대해 영민 선생님과 논의했다. 매주 목요일은 지원을 만나 함께 퇴근하는 날이었으나, 피곤해 양해를 구하고 집에 일찍 귀가했다.

오늘 공부한 것: 김비환 논문 한 편 읽음.


2021. 6. 4. 금. 맑음

교수님과 논문지도 면담을 나눴다. 사변에 빠지는 일은 즐겁지만 쓸모 없는 이야기를 낳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나의 문제의식을 현실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언제나 두렵지만 즐겁다. 면담을 마치고 학과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밤에 클럽하우스 방송을 했다. 불안에 대한 논의였는데,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인간사의 중요성을 일깨운 아렌트와 개인 내면의 불안을 너무 경계지어 구분했던 것 같다. 사회의 순응주의를 지적한 부분에서 하이데거의 세인(das Mann, 혹은 ‘그들’)과 교차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단, 자유와 불안을 잇는 실존주의자들의 기획을 공동체적 차원으로 확장한 시도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불안이 무규정성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래서 자유가 불안을 수반하는 것이라면, 공동체에서 법인격의 자유가 시민적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점에서 출발한 생각이었다.

오늘 공부한 것: 아렌트의 사상을 현실 사건과 불안의 측면에서 살펴봄.


2021. 6. 5. 토. 에어컨 때문에 추웠음

오전에 독서모임에 다녀왔다. 한 책을 3개월 동안 잡고 읽은 경험이 처음이었다. 첫 장부터 끝 장까지, 때로는 얕게 때로는 깊게 훑었다. 행복했다. 평생 갖고 싶은 좋은 습관이다.

오후에는 아렌트 학회에 참석했다. 홍원표 선생님이 번역한 신간 『한나 아렌트: 정치와 법』 해제 강연이었다. 논문집에 대한 내용보다는 아렌트 저작에 흩어진 법에 관한 기술들을 모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나와 같은 입문자는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아렌트의 논지가 명료하게 제시되지 않아 이해가 어려웠다. “그래서 법과 법 외적 가치(도덕, 정의 등…)는 어떤 연관이 있다고?”

학회에 참석하고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 상훈을 만났다. 미국에서 수학을, 그것도 위상수학을 공부하는 친구가 방학을 이용해 결혼한다고 한다. 상훈은 청첩장을 주고 밥을 사주었다. 나는 늘 그래왔듯이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상훈과 함께하면 이상하게도 말이 많아진다. 상훈 귀에 딱지가 앉지 않았기를 바란다.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 생신을 축하해 드렸다. 2주 앞인데 다음주에 백신을 맞는다고 하셔서 앞당겼다. 누나가 선물을 드리고, 케익을 먹고, 축구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오늘 공부한 것: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완독함. 아렌트 사상에서 법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의견 청취함.


2021. 6. 6. 일. 맑고 깨끗함

하루종일 지원과 보냈다.

오전에는 지원과 교회에 다녀왔다. 사람들이 친절해서, 처음 봤음에도 오랜만에 본 사람처럼 대해 주었다. 환대가 고마웠다. 오후에는 지원과 운동을 다녀왔다. 잠을 적게 자고 밥을 적게 먹어서 운동능력이 줄었다. 그래도 인바디를 재보니 체중은 평균 이하, 근육량은 평균 이상, 체지방은 부족하다고 하여 안도했다. 역시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야 자기 위치를 깨닫는다.

저녁에는 문화생활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봤다. 선정적인 영업이 작품성을 가린 듯했다. 나는 이 작품을 아나의 사랑으로 그레이의 쾌락을 치유하는 성장 드라마로 본다. 더불어 이 영화가 초반의 내용 전개는 다소 아쉽지만, 쾌락이 고통에 의존한다는 성질과 사랑이 내면을 탐구한다는 성질을 나름대로 잘 해석한 것 같다. 철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꽃보다 남자」랄까. 여러가지 메타포를 해석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예컨대, 처음 아나의 눈을 가릴 때에는 아나의 옷으로 가렸다가 이후 눈을 가릴 때에는 그레이가 준비한 안대로 가리는 장면에서 우리는 아나의 거부감의 유무를 엿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지원의 집에 데려다 주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골목을 걸었다. 삶은 걷기만 해도 아름다운 나날이다.

오늘 공부한 것: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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