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0.-23. 요약생활 50, 51, 52, 53

2021. 5. 20. 목. 비

연구소에 출근해 영어 공부를 조금 하고 방송 원고를 작성했다. 복수에 관한 내용인데, 지난번 신화와 어원으로 복수의 의미를 살펴본 데 이어 아렌트 철학에서 복수 개념을 살펴보는 내용이다.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수업을 들었다. 현대인식론은 zoom으로, 중국철학사는 대면강의로 진행했다.

수업이 끝나고 여덟 시에 연구실에서 공부를 좀 더 하다 갈까 했는데, 저녁을 먹지 않은 게 생각나서 그냥 퇴근했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늦게까지 공부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고 그냥 잤다. 나와의 약속을 안 지키는 날이 늘고 있다.

오늘 공부한 것: 아렌트 철학의 맥락에서 복수라는 현상을 살펴봄.


2021. 5. 21. 금. 기억나지 않음

아홉 시에 학과사무실에 출근해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다. 시간을 나누어서 방송 원고도 쓰고, 독서모임 책도 읽고, 영어 공부도 하고, 이것 저것 하려 했는데, 하루 종일 방송 원고만 썼다. 어떤 일에 얼마만큼 시간이 들지 계산하는 요령이 내게는 없다.

그래도 방송에 공을 들였더니 만족할 만한 방송을 했다. 논리정연하게 생각을 가다듬었더니, 해메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었다. 사람들도 아주 좋아했다. 밤 열 시에 시작한 방송을 자정에 끝내고 세시 반까지 내일 있을 독서모임 책을 읽었다.

오늘 공부한 것: 복수라는 개념을 내 나름의 방식대로 살펴봄. 『존재와 시간』 2편 4장.


2021. 5. 22. 토. 끝내주게 좋음

『존재와 시간』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하이데거는 머리가 정말 좋은 사람이다. 긴 글을 쓰면서 처음부터나 뒷 부분에서나 자신이 썼던 것들을 모조리 기억해 말놀이를 한다. 이번 독서모임에서 논의한 부분은 책의 제목이 왜 그렇게 됐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시간성’과 ‘존재’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선천적 종합판단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긴 대답이라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은 “나에 대한 철학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하이데거는 ‘나’라는 존재를 철학에서 논의할 수 있게 한 탁월한 철학자이다.

독서모임을 끝내고 나서는 집에서 한숨 잤다. 몸이 피곤해서 운동을 좀 하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운동을 못 했다. 일종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체육관 등록비는 할부로 매달 빠져나가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나날이 늘고 있다.

다섯 시에는 누나네 부부를 만나기로 했다. 누나 집에서 지원과 함께 와인을 마시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원의 공방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먼저 가서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기다렸다. 어릴 때에는 영문도 모르고 읽었던 것 같은데, 이제야 이 글이 왜 상을 받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좀 읽다가 김포에 사는 누나 집에서 행복하게 놀았다. 와인을 마시면서 웃고 떠들었다. 새벽에는 매형과 함께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도 했다. 누나와 지원이 먼저 잠들고, 나는 매형과 와인을 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지혜가 이렇게 빛나는 사람이면 좋겠네

오늘 공부한 것: 『존재와 시간』 2편 4장을 논의함. 『노인과 바다』 전반부를 읽음.


2021. 5. 23. 일. 맑지만 먼지 조금

누나네 집에서 두 번째로 잠을 잤다. 집을 워낙 예쁘게 꾸며 놓아서, 카페에서 일어나는 기분이 든다. 새벽 세 시쯤 잔 것 같은데, 아홉 시에 일어나 근처 맛집에서 해장을 했다. 김치가 참 맛있었다. 밥 한 공기 반을 먹었다.

누나네와 헤어진 뒤에는 공방에 들렀다. 지원은 남은 작업을 하고, 나는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체육관에 들러 함께 운동하고,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서 아구찜을 먹었다. 지원과 함께 가득찬 주말을 보냈다.

오늘 공부한 것: 「포레스트 검프」 관람. 『노인과 바다』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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