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3. 월. 맑았지만 먼지로 흐림
점심으로 평양냉면을 먹었다. 필동면옥이라고 명동 근처에 있는 곳이다. 지원 할아버지께서 북에서 오신 분이신데, 이르시기를 북에서 먹던 맛과 가장 비슷한 곳이라고 한다. 먹기에 은근히 좋은 맛이었다. 평양식 냉면이라는 음식 그 자체가 아주 맛있다는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다. 육수 향이 나는 것 같기도, 짠 것 같기도 한, 그렇다고 신맛이 없는 것은 아닌데, 알싸한 겨자 맛도 나고, 또 고춧가루가 떠있는 걸 보면 매운맛도 어느 정도 있는, 하여튼 그런 맛이었다. 그런데 가격은 뚜렷해서 두 번째 방문은 기약 없다.
지원과 나는 창덕궁 옆 프릳츠 카페에서 각자 할일을 했다. 나는 아렌트의 박사논문을 읽었고, 지원은 제품 상세설명을 손봤다. 아렌트의 젊은 시절 글은, 완숙한 시절 글에 비해 거칠기도 한데, 그녀의 삶을 관통하는 생각의 씨앗들이 보여서 흥미로웠다. 세계에 대한 해석이라든지, 관조와 활동의 차이라든지, 젊은 나이에 뚜렷한 시각을 갖고 살았던 모습이 멋져 보였다.
저녁에는 같이 다크나이트를 봤다. 연락을 늦게 받는 바람에 아우구스티누스 방송이 연기된 탓/덕이다. 히어로물이다보니 <미나리>보다는 인위적이고 색이 뚜렷했다. 동급의 다른 히어로물이 때리고 부수는 장면에만 집중하던 걸 생각하면, 유명한 이유가 있다 싶다. 입체적인 인물 설정이나 선악 구도의 반전, 양가적 가치 부여로 인한 혼란이 맛있는 영화였다. 조만간 그것도 리뷰를 써야겠다.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원은 이제 내가 무엇을 선택하든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고, 내게 드러냈다. 나도 무엇을 선택하든 지원과 함께할 선택을 할 것이라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다.
오늘 공부한 것: 『아우구스티누스와 사랑 개념』 서론과 1부 두 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