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9. 요약생활 29

꾸준함. 매일 같은 일을 한다는 일은 어렵다. 어려워서 멋진 일이다. 요즈음 부쩍 힘이 빠진 걸 느낀다. 행복한 일을 하는데도 매너리즘이라니. 그래서 오늘은 루틴에서 벗어나 학과사무실에서 공부했다. 여느 날처럼 공부하지는 못했다. 거의 한 자도 읽지 않았다고 해야 맞겠다.

세계. 오전에 학군단 동문 일을 도왔다. 학군단 헬스장을 만드는 일을 돕는 중인데, 모처럼 일 같은 일을 하는 것 같아 신선했다. 일을 대강 마치고, 선배와 함께 학업과 취업의 기로에 선 고민을 나누었다. 학계에 있는 여러 선배들의 연락처와 ‘아버지 같은’ 동문회장 선배의 조언을 한아름 얻었다. 동문회장 선배가 점심을 사주셨다. 식당에서 선배 회사의 김 팀장이라는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었다. 취직을 하게 되더라도 철학이라는 세계는 놓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점심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지원과 전화를 나눴다. SNS 유명인들을 통해 제품을 광고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였다. 덕분에 일반인에 가까운 그들에게도 소속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이런 세계도 있네” 하며 흥미로워 했다. 학교에서는 현대인식론 수업을 들었다. 인식론적 정당성과 토대론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믿는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정당성의 제일원리에 대해 논한 다양한 학설을 들었다. 세계는 설명의 총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식사는 미란 선생님과 함께했다.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그다지 말하지 않고 들어주는 편이었다. 사람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그녀의 세계에 포함된 것 같아 썩 뿌듯했다. 저녁에는 서형 누나가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대로 이야기 나눠본 적 없었음에도 오랜만에 본 친구마냥 수다를 떨었다. 영어학원에서 강사를 하다가 운영 업무까지 맡게 되어 사회생활을 제대로 경험했다고 한다. 나도 대전에서 일하면서 사회생활을 배웠다고 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비를 쫄딱 맞았다. 어머니 말씀을 듣고 우산을 챙겼는데, 그만 학교에 두고 온 탓이다. 어머니 품만큼 편안하고 그리운 세계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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