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5. 목. 맑음
학교에 일찍 도착해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중에 엘리베이터가 잠시 멈췄다. 3층에서 1층으로 떨어지면 나는 죽게 될까 하고 고민했다. 다행히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자리에 앉아서는 내내 유학 생각만 했다. 나는 언제나 해야 할 일보다 꽂힌 일에 몰두한다. GRE 문제를 보고, TOEFL 문제 수준을 확인했다. 내가 알던 영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모르는 단어가 많았다. 유학을 가든 안 가든 단어 공부는 해야 하지 싶다.
두 시부터 수업 두 개를 내리 들으면 여덟 시가 된다. 지치는 일이다.
퇴근하고 지원과 같이 집에 갔다. 지원에게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잠시 졸았는데, 온수역에서 운행 종료하는 열차였다. 사람들 다 내리고 나만 빈 지하철에 있었다. 승무원이 알려줘서 겨우 깼다. 승무원과 나 단둘만 있는 거대한 공간이, 오직 나만을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이 퍽 환상적이었다. 불 꺼진 지하철을 타고 터널을 여행하던 기분은 잊을 수 없다.
여러 책을 늦게까지 읽다 잤다.
2021. 4. 16. 금. 비온 뒤 갬
환이 학교에 들러 저녁을 사주었다. 저녁밥을 먹으면서 사는 이야기를 했다. 환은 천직을 찾은 듯했고 나는 즐겁게 계류하고 있었다. 글이 좋다는 칭찬이 듣기에 감사했다. 주말에 또 만나니 얼마 안 보고 도서관에 돌아와 앉았다.
어제 세 시에 잠든 탓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근로업무를 했는데, 오늘은 일이 좀 많은 편이었다. 자산확인을 하면서 교수용 컴퓨터 수령반납 현황이 장부와 맞지 않았음을 발견했고, 학술모임 보고서를 쓰고, 퇴근 전에는 제주에 사는 학우에게 책 배송까지 했다. 근로장학금이 들어온 걸 어제 확인했는데, 받은 몫을 이제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홀가분했다.
도서관에서는 라드브루흐의 법철학을 봤다. 고전법학의 정수와 같은 생각들이어서 메모했다. 법을 국가의 의지로 본다는 점이 아렌트와 대조적이었다. 국가의 의지란 게 있는가? 국가는 법적인 인격인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