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0. 토. 맑고 따뜻함
『존재와 시간』을 읽다가 세 시 반에 자서, 일곱 시에 일어났다. 아홉 시까지 다시 읽고 독서모임에 갔다. 하이데거의 독특한 세계관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된 듯싶다. 현상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통해, 주체와 객체, 정신과 육체, 실재와 현상의 이분법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살펴 보아야 한다. 모임은 잘 끝났고, 새로 알아본 장소도 다들 흡족해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또 실언을 했다는 것. 모임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이양수 선생님께 유학은 어떻냐고 물어봤다. 유학 가면 공부가 잘 될 것 같느냐는 반문에 “승산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런 무지한 놈) 그랬더니 “승산이 있으면 어떻게 해, 죽기살기로 해야지” 하며 웃어주셨다. 부끄러웠다.
집에 돌아와서는, 어머니께서 항성이가 생일선물로 준 소고기를 구워주셨다. 다 먹고 나서 제혁이 형이 생일선물로 준 베개를 껴안고 잠을 잤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더불어 산다.
잠을 오래 잤다. 오늘은 『다른 하이데거』 1장만 읽고 만다. 하이데거의 이론을 사변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요, 나치 가담 이력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매도할 것도 아니라는 논지인데, 이걸 왜 이렇게 오래 읽었을까. 교수님께 또 혼나지 않을까 싶다.
저녁에는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술 한잔 하시고 돌아오신 아버지와도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으로서 부모님의 삶에 흥미가 생겼다. 그들의 시행착오를 듣고 내 삶에 적용하고 싶다. 종종 이런 시간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늦은 밤에는 어머니랑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에픽테토스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을 추천해 드렸는데, 읽고 아주 좋아하셨다. 철학을 좋아하는 피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