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9. 요약생활 9

실제로 공부에 집중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것 같다. 왜 나는 시간을 적게 쏟으면서 탁월해지기를 바랄까. 어떤 것에 탁월한 사람은 다른 말로 그 외의 것에 결여된 사람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하려고 하기보다, 하나를 잘 하기를 원한다. 내 욕심은 탁월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어제는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다. 잠을 충분히 자면 다음 날이 맑아진다.

오후 시간에는 공부보다 딴청을 피웠다. 철학자 김상봉의 글을 읽었는데, 천재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준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결코 저렇게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과, 그래도 저런 사람이 있어 세상이 나아지는구나 하는 희망.

지원의 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녀왔다. 아기 엉덩이처럼 뽀얗고 예쁜 가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지퍼 달린 옷을 입고 가니 상처가 좀 났다. 생채기를 내면서 쓰는 게 가죽의 묘미라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아프다. 내가 죽어도 이 가방은 남았으면 좋겠다.

2021. 4. 9. 학과사무실에 출근해서 지원에게 보낸 사진

과분한 사랑을 여전히 많이 받고 있다. 바쁜 내 교수님의 시간은 한가한 내 시간보다 훨씬 귀하다. 그 시간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더 많이 배우면 된다. 하라는 것 열심히 하고, 욕심이 나면 좀 더 해보면 된다. 勿忘勿助長. 잊지도 말고 서두르지도 말자.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원과 삼겹살을 저녁으로 먹었다. 이야기하는 게 참 재미있다. 그런데 내가 자꾸만 ‘탁월한 삶’에 대한 부러움을 토로하면서, 분위기를 망쳤다. 나는 1년만 공부하고 가정을 꾸리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그런데 왜 자꾸만.

나는 오늘 하이데거를 읽다가 느즈막히 잠들 예정이다. 왜 사는지 스스로 묻는 모든 존재들에게, 내 젊음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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