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4. 일. 맑은 뒤 흐림
지원과 벚꽃을 보러 인천에 다녀왔다. 벚꽃을 보기에 제격인 장소. 가게 앞 벚꽃길과 2층의 풍광이 아름다웠다. 한 쪽으로는 멀리 항구가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벚꽃나무가 창 바로 앞에서 흔들리는 모양은 잊기가 어려울 것 같다. 작년에 벚꽃을 보러 가던 날을 떠올렸다. 대청댐 주변 길은 드라이브 하기에 좋았다. 꽃으로 지은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참으로 향긋했다. 찾아간 곳은 교통이 다소 불편했으나, 참아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한 가지 더 좋았던 점은, 카페 앞 언덕길에서 들어가는 차와 나가는 차가 엉켜 옴싹달싹 못하던 때, 지원과 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히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다. 길이 막히고 운전이 어려워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건 괴로움도 즐거움이 되는 마법과 같다고 생각했다.
벚꽃을 보고 와서, 지원과 함께 체육관에서 운동했다. 不忘不助長. 서두르지도, 게으르지도 않게 하라는 말 잊지 않았다. 매주 한 번은 꾸준히 하는 중이다. 이제 스쿼트 100kg을 부담없이 다룰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데드리프트 자세가 좋지 않아 그런지, 복압과 힘이 빠지고 허리에 무리가 간다는 점이다. 다음 영상으로 약점을 보완해보자. 지원과 운동하면 다 끝나고 스트레칭하는 시간이 참 좋다. 혼자 하면 하기 싫어지는데, 같이 하면 하게 된다.
오랜만에 꼼장어에 소주 한잔 했다. 우리는 목동사거리에 있는 엉털네 꼼장어에 자주 간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시던 전종옥 선생님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연락 드려봐야지. 술은 적당하게 반 병씩 나눠마셨다. 열 시가 되기 전에 맥주집에 들러 생맥주도 한잔 했다.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주로 탁월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느냐는 주제였다.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 박사과정을 해야만 책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박사를 하는 편이, 훗날 찾아올 기회를 생각하는 데 낫지는 않을까, 하고 같이 고민해봤다. 집에 가면서부터는 취기가 올라와서 그런지, 안 해도 될 말을 한 것 같다. 때로 생각에 남길 때 더 빛나는 말이 있다는 걸 나는 왜 아직 모를까.
2021. 4. 5. 월. 맑음
요즘 매주 지원과 월요일 오전에 공부한다.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서로에게 요약해서 내용을 알려주는 모임인데, 아주 재밌다. 오목교 스타벅스에 앉아서, 지원은 영화를 보고 나는 책을 읽는다. 아쉽게도 원하던 「물랑루즈」는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지 않아 보지 못했지만, 「블랙 미러」라는 아주 흥미로운 드라마를 보고 내게 알려줬다. 에피소드마다 배우도 내용도 다른 드라마라던데, 철학적인 주제가 전체 시리즈를 관통하는 듯했다. 오늘 본 에피소드는 죽은 남편을 그리던 아내가 인공지능으로 모사한 남편과 함께 사는 내용이었다. 정체성과 생명의 정의, 이별로 완성되는 사랑에 대해 토론했다.
나는 정화열 선생님의 「악의 평범성과 타자 중심적 윤리」라는 논문을 읽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서두에 수록된 논문인데, 아렌트의 사상적 배경과 스승 하이데거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악의 평범성과 인간의 복수성, 타자 중심적 윤리로의 전회에 대해 논하셨다. 요컨대, 다른 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복수성은 평등과 차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졌다. 그 둘 중 차이가 사라지고 역지사지의 능력을 잃어버릴 때 악의 평범성이 나타난다. 아이히만은 그 대표적인 실례이며, 현대 기술의 발전, 특히 미디어는 인간으로 하여금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게 만든다. 나는 법이 현대 기술을 견제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자세히 논해보기로 하자.
학과 근로를 마치고 저녁에 돌아와서는 클럽하우스 방송을 진행했다.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요약하는 연습을 하다보니 그런대로 잘 됐다. 태국 형이 위로 섞인 칭찬을 해줄 때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학과 근로를 할 때 공부에 좀처럼 집중하기 어려워 마음에 부담이 있다. 도서관에 앉는 것만큼 되지 않아 안타깝다. 돈을 주는데 공부까지 바라면 웬 놀부심보겠냐마는. 오늘 오전에는 같이 일하셨던 분이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 인사담당자를 찾는다고, 석사는 언제 끝나냐는 전화가 왔다. 이런 것들이 마음을 붕뜨게 만든다. 올해까지는 공부에 전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