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지인 역, 곰출판, 2021. 2023년 9월 18일부터 9월 19일까지 읽다. 줄거리 혼돈은 이름 없는 자연, 더 나아가 이름 없음 그 자체다. 자연에 이름을 붙이면 질서가 생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r Jordan)은 어린 시절 별들의 이름을 익히려 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식물과 동물의 이름을 익혔다. 루이 아가시(Louis Agassiz)는 자연에 이름을 붙이는 분류학(taxonomy)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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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2017.Aristotle. ed. R. Kassel, Aristotle's Ars Poetica. Oxford, Clarendon Press. 1966. 2023년 8월 14일부터 8월 27일까지 읽다. 1. 모방(μίμησις)제1장 모방의 차이점 1 - 수단제2장 모방의 차이점 2 - 대상제3장 모방의 차이점 3 - 양식(서술, 연기, 드라마, 코미디)제4장 시의 원인과 비극의 역사제5장 희극과 서사시2. 비극(τραγῳδία)제6장 비극의 본질과 구성 요소제7장 이야기의…
[독서노트] 장 스타로뱅스키, 멜랑콜리 치료의 역사
우울증은 고뇌, 고독, 모든 인간적 접촉의 거부, 떠도는 존재들의 재앙이다. 우울증이라는 어두운 이미지가 흑담즙으로 형상화됐다. 후기 저는 이 책에서 우상, 상상력, 심신문제를 봤습니다. (우상) 사물에 정신적 속성을 부여하는 걸 물신주의라 합니다. 흑담즙이 흥미로운 이유는 물신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속성을 부여할 적당한 사물을, 심지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대도, 만들어낸 결과가 흑담즙이니까요. 어두운 행동에서…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계몽은 설명할 수 없던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불합리한 것의 합리화. 계몽을 통해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따지고 보면 신화와 비슷한데, 인간은 신화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자연을 지배할 수 있었다. 모든 계몽에는 그 안에 불합리함이 담겨 있다. 그 불합리함을 보지 못하는 건, 나만 언제나 옳다는 편집증적 정신이다. 그래서 계몽은 신화가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언제나…
퀀텀스토리
휴가를 받아 쉬고 있다. 오랜만에 긴 호흡으로 과학의 바다를 탐험하는 중. 사물세계를 관통하는 규칙을 찾는 일도 결국은 인간이 한다. 겸손함이 세상을 나아가게 만든다. 겸손한 마음씨를 가진 똑똑한 사람들이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었던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들의 겸손함이 없었다면 세상은 아주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나는 그 방향이 좋은 방향일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을 줄여 써야 할 국회
이번에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발간한 국가미래전략 인사이트 너무 좋다. 제목은 「'국가'와 '국민'을 줄여 써야 할 국회」.언어와 정치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전제 위에,국회에서 '국가'와 '국민'이라는 단어를 애용한 역사를 살펴보고,국민과 시민, 국가와 정부가 다른 의미를 갖고 있으니 적절하게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짧은데, 내용이 충실하다.헌법의 언어도 분석하고, 의회에서 씀직한 단어들의 기원도 설명한다.독일 의사당의 지붕이 투명해 누구나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진보와 빈곤
졸업식했다. 👨🏻🎓 기쁜 날이지만 그보다…『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 읽는 중.(일 때문에 『편견이란 무엇인가』는 잠시 접어두고 헨리 조지를 처음 만났다) 내가 경제 문외한이어서 놀라움의 연속.역시나 앞 몇 챕터만 읽고 있지만, 내가 느낀 경이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쓴다. 세상이 진보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개인의 나태나 무능에만 돌리는 건 별로 멋지지 않은 일이다. 흔히 생산의 3요소라 하는 토지, 노동,…
편견이란 무엇인가
편견이란 무엇인가(The Place of Prejudice) 읽는 중.여러 가지로 놀랄 만한 글이다. 서문까지 읽으면서 놀란 점 주제가 골때리게 참신하다 (편견에 대한 편견 깨기)참고한 문헌들의 깊이와 범위가 상당하다 (플라톤부터 가다머까지)서문을 아주 정교하고 근면하게 썼다 (약 30페이지)거대하고 복잡한 담론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재능이 탁월하다 (이름만 들어도 두려운 철학자들을 쉽게 설명한다)작가 아담 샌델이 마이클 샌델의 아들이다 (부전자전도 일종의 편견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