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촌은 이상하다. 우리 삼촌은 사람들에게 쉽게 오해를 산다. 그리고 삼촌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대해 그리고 행동에 대해 보이는 반응을 접할 때 놀란다. 삼촌의 말은 그리고 삼촌의 행동은 삼촌에게 지극히 당연하다.
삼촌은 자기 자신에 고립되어 있다. 삼촌은 자신의 회사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삼촌의 회사가 합병된 후 삼촌의 입지는 줄었다. 삼촌은 그전에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진전시켜 유대를 쌓는 일을 잘 해내지 못했다. 삼촌은 합병된 낯선 자신의 회사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다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삼촌은 회사의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운 사람이다. 다른 회사 사람에게 삼촌은 새로운 회사의 든든한 정규직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지만 친하지 않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삼촌은 가시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자신이 노력하고 인내하면 언젠가 때가 오면 자신만의 입지를 다질 수 있으리라. 그렇게 믿는다. 세상 속에는 필연적으로 나의 자리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믿음은 삼촌의 신조다. 세상이 본인을 언제나 척박한 상황 속에 밀어 넣으려고 해도 하나님이 삼촌을 사랑한다고 삼촌은 믿는다.
삼촌은 수도자다. 언제부터 삼촌의 말은 사람들에게 이해될 수 없었다. 삼촌은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했다. 삼촌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자신만의 안정감을 찾아냈다. 자신이 믿는 세상 속에서 삼촌은 모든 역경을 견뎌낼 수 있었다.
삼촌은 언제부터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분명 오해했을 뿐이라고 삼촌은 주장한다. 그래서 삼촌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에게 삼촌은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이어질수록 나는 삼촌이 더더욱 멀어지는 것 같다.
삼촌은 언제부터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던 것일까?
둘째 아이를 임신 할 때, 할머니는 자신의 시누이가, 자신의 시부모가 그리고 자신의 남편이 할머니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이런 무시를 느끼며 외로움에 빠져들어 갔다. 시부모는 할머니가 처음 출산했던 아이를 빼앗았다. 시부모와 할머니는 함께 살지 않았다. 할머니는 자신의 아이에 정을 주고 키울 수 있던 시간을 빼앗겼다.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와 유대를 형성시키는 시간을 도둑맞았다. 시부모는 자신의 첫 번째 아이를 빼앗았을 뿐 아니라 어린 여자애가 어머니로 변해가는 시간도 함께 빼앗은 것이다. 할머니는 시부모가 자신의 첫 아이를 빼앗아 기를 때, 자신의 심장이 도려진 것을 느꼈다. 그래서 할머니는 둘째 아이를 임신할 때, 이 세상에 둘째가 나오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상처 입혔다. 아직 할머니는 삼촌을 보면 고통스럽다고 한다.
둘째 아이는 가족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둘째 아이는 학교에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수돗물을 마셨다. 대학교에 다니고 싶었던 아이는 자신이 일구어낸 일자리를 다니며 사람들이 집에 돌아갈 때, 학교로 몸을 옮겼다. 할머니의 두 번째 아이는 기적처럼 이 세상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할머니의 품을 떠나고 자신만의 가족이 생긴 삼촌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 돈을 세면 그리고 성실히 일을 하면 세상 속에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아들에게 말했다. 삼촌이, 자기 자신이 그 분명한 삼촌의 진리와 같은 그런 믿음에 대한 증거다.
삼촌의 회사는 삼촌을 직위해제 시켰다. 삼촌이 일구어낸 자신의 자리, 자신의 직장, 삼촌의 회사는 삼촌을 버거워했다. 하지만 정년이 보장되어 있던 삼촌을 억지로 해고할 수 없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삼촌은 견뎌냈다. 자신의 힘으로 세상에서 처음으로 갖게된 자신의 자리를 삼촌은 사수했다. 처음 얻게 된 자기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믿음을 지켜내기 위해 삼촌은 노력했다. 세상은 자신을 버려도 하나님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삼촌은 믿는다.
삼촌은 무시 받는다. 삼촌은 눈에 보이는 질타와 괄시를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견뎌낸다. 그렇지만 믿음은 보이지 않기에 삼촌의 노력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삼촌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현실을 그려낸다. 밤 늦게 까지 영화를 보며 불안을 달래는 삼촌을 지켜보는 삼촌의 가족들은 그의 몸과 그의 집착을 걱정한다.
이미 정년을 넘긴 삼촌은 아직 자신의 자리에 갇혀있다. 삼촌의 회사는 이제 더 이상 삼촌의 직장이 아니다. 하지만 삼촌은 아직 자신의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삼촌이 멀어져가는 것을 보고 불안한 마음을 견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