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티] 플라톤, 국가 4, 정치와 예술

1. 인용 두 개

"오늘날 그들[설화 작가들]이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는 것들 중에서 많은 것은 버려야만 하네. ...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는 허구적인 설화들을 구성해서 사람들에게 전에도 지금도 들려주고 있으니 말일세."(377c-d)

vs.

"[설화를 포함한] 시가 즐거움을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체제와 인간 생활을 위해서도 이로운 것이라는 걸 [분명히 허용할 것이네]." (607d)

2. 예술은 추방해야 한다?

출처: Drawing Hands Art Print by M.C. Escher | King & McGaw

흔히 플라톤은 예술을 거부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예술은 본성상 모방이고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플라톤은 ‘나라에서 시를 추방해야 한다’는 식으로까지 말합니다.

3. 예술은 이로운 것이다?

그런데 또 플라톤은 설화나 시가 같은 예술이 인간에게 즐겁고 나라에 이로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를 상대로 우리가 말해주도록 하세나. 철학과 시 사이에는 오래된 일종의 불화(차이)가 있다고 말이네. (607b)

예술에 대해 플라톤은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는 듯 보입니다.

4. 플라톤의 예술론은 모순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플라톤을 모순 덩어리로 치부하고 거부해야 할까요? 그러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겁니다. 우리는 모방과 예술에 대한 플라톤의 입장을 좀 더 깊게 이해해야 합니다. 플라톤이 말하는 예술은 두 가지로 나뉘거든요.

5. 플라톤의 존재론: 세 가지 침대

플라톤이 말하는 존재의 세 단계부터 봅시다. 플라톤은 침대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먼저, 신이 만든 침대입니다. 이 침대는 ‘침대라는 본’으로서, 우리가 ‘침대’라고 말하는 모든 것들이 지향하는 단 하나의 것입니다.

다음은, 장인이 만든 침대입니다. ‘실물 침대’인 이것은 본을 보고 만든 것으로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침대입니다.

6. 플라톤 예술론에 대한 오해

마지막으로, 화가가 그린 침대입니다. 여기서 예술에 대한 플라톤의 입장이 나타납니다. 이 ‘침대 그림’은 침대처럼 보이나 사용할 수는 없는 침대입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침대 그림’을 보고 ‘실물 침대’라고 여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술입니다. 플라톤은 이런 예술을 거부합니다. 거짓말이 섞여 있으니까요.

7. 예술은 행위를 전제해야 한다

플라톤이 ‘인간과 나라에 이롭다’고 말했던 예술은 ‘침대 그림’이 아니라 ‘실물 침대’에 가깝습니다. 침대가 어떻게 보이는지만 모방하지 말고,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기능하는지까지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술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예술은 좋게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인간이 좋은 행위를 하도록 모방해야 합니다.

8. 행위자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침대라는 본’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인간은 신이 아니어서 ‘침대 실물’밖에 만들지 못하니까요.

이 때문에 플라톤은 이 책 전체를 통틀어서, 좋은 행위를 하려면 ‘좋음 그 자체’가 무엇인지 탐구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말합니다. 모든 인간이 신처럼 되어야 한다,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9. 예술의 역할

정리해보겠습니다. 예술은 인간이 좋은 인간이 되도록 하는 일에, 다시 말해 철학을 탐구하는 일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목표하는 예술은 이롭지만, 그렇지 않는 예술은 추방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침대를 그리는 화가는 침대를 만들 줄 알아야 하고, 좋은 인간을 모방하는 작가는 스스로 좋은 인간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플라톤에게 예술은 정치라는 동전의 앞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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