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만드로스는 탈레스의 제자로 알려진다. 고대 그리스의 분류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을 학파로 분류하고 학자들 사이에 사제관계를 도입했다. 테오프라스토스는 아낙시만드로스가 탈레스의 제자이자 혈족이라 주장했다.(『수다』 DK12A2)

러시아에 위치한 그노몬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에 따르면, 그노몬(γνώμων)을 처음으로 고안한 사람이다. 헤로도토스는, 헬라스 사람들이 바빌로니아 사람들에게서 천구와 그노몬, 하루를 12부분으로 나누는 법을 배웠다고 하는데, 아마도 아낙시만드로스가 살던 밀레토스에서 바빌로니아의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해시계(ὡροσκοπεῖον = ὅραν + σκόπειν / σκιοθήρον = σκιά + θήραν / ὡρολογεία = ὅραν + λέγειν)도 만들고, 땅과 바다의 경계도 처음으로 그렸다 한다.(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DK12A1) 아마 지도(γεωγράφικος πίναξ)를 처음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이 사는 지역을 서판(πίναξ)에 그리겠다는 시도를 처음으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아가테메로스 DK12A6, 스트라본 DK12A6)

Tῶν δὲ ἓν καὶ κινούμενον καὶ ἂπειρον λεγόντων Ἀναξίμανδρος μὲν Πραξιάδου Μιλήσιος Θαλοῦ γενόμενος διάδοχος καὶ μαθητὴς ἀρχήν τε καὶ στοιχεῖον εἴρηκε τῶν ὄντων τὸ ἄπειρον, πρῶτος τοῦτο τοὔνομα κομίσας τῆς ἀρχῆς. λέγει δ᾿ αὐτὴν μήτε ὕδωρ μήτε ἄλλο τι τῶν καλουμένων εἶναι στοιχείων, αλλ᾿ ἑτέραν τινὰ φύσιν ἄπειρον, ἐξ ἦς ἅπαντας γίνεσθαι τοὺς οὐρανοὺς καὶ τοὺς ἐν αὐτοῖς κόσμους· ἐξ ὧν δὲ ἡ γένεσις ἐστί τοῖς οὖσι, καὶ τὴν φθορὰν εἰς ταῦτα γίνεσθαι κατὰ τὸ χρεών. διδόναι γὰρ αὐτὰ δίκην καὶ τίσιν ἀλλήλοις τῆς ἀδικίας κατὰ τὴν τοῦ χρόνου τάξιν, ποιητικωτέροις οὕτως ὀνόμασιν αὐτὰ λέγων· δῆλον δὲ ὅτι τὴν εἰς ἄλληλα μεταβολὴν τῶν τεττάρων στοιχείων οὗτος θεασάμενος οὐκ ἠξίωσεν ἕν τι τούτων ὑποκείμενον ποιῆσαι, ἀλλά τι ἄλλο παρὰ ταῦτα.

그것은 하나이고 운동하며 무한정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프락시아데스의 아들이며 밀레토스 사람으로서 탈레스의 후계자요 제자인 아낙시만드로스는 무한정한 것(ἄπειρον)있는 것들의 근원(ἀρχή)이자 원소(στοιχεῖον)라고 말하면서 이것을 근원에 대한 이름으로 처음 도입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물도 아니고, 원소라고 불리는 것들 중에서 다른 어떤 것도 아니며, 다른 무한정한 어떤 본연의 것(τίς φύσις ἄπειρος)이다. 그것에서 모든 하늘(οὐρανοί)과 그것들 속의 세계들(κόσμοι)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있는 것들의 생성이 있게 되고, 이것들에로 소멸도 필연(χρεών)에 따라 있게 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불의(ἀδικία)에 대한 벌(δίκη)과 배상(τίσις)을 시간의 질서(τάξις)에 따라 서로에게 지불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처럼 그는 좀 더 시적인 용어로 그것들을 말한다. 이 사람은 네 가지 원소간 상호 변화(μεταβολή)를 주목하고서 이들 중 어떤 하나를 기체(基體)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고, 이것들 외에 다른 어떤 것이 분명하다. 이 사람은 생성을 원소의 질적 변화로 설명하지 않고,  영원한 운동으로 인한 대립자들의 분리되어 나옴(ἀποκρινομενον)으로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사람을 아낙사고라스 학파 사람들과 같은 부류에 놓았다.

Simplicius. In Aristotelis Physicorum Libros Commentaria (Commentaria in Aristotelem Graeca), Vol 9-10. Diels, Hermann, editor. Leipzig: Reimer, 1882-1895. 24,13.
Hermann Diels, Die Fragmente der Vorsokratiker(『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김인곤, 강철웅, 김재홍, 김주일, 양호영, 이기백, 이정호, 주은영 역, 아카넷, 2005. 135-136쪽.

아페이론은 영원하고 늙지 않으며, 모든 세계를 둘러싼다(περιέχειν). 운동은 영원에 속하므로 무한하지만, 반대로 생성과 존재, 소멸은 한정된 것이며, 시간에 속하는 것이다. 기원(ἀρχή)이라는 말을 처음 쓴 자가 아낙시만드로스다.(히폴뤼토스 DK12A11, B2) 생성과 소멸은 유한하지만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로부터 일어나는 무한한 운동이다. 아페이론으로부터 하늘들과 세계들이 생겨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분리되어 나온다(ἀποκρίνεσθαι)는 것이다.(위-플루타르코스 DK12A10) 그러므로 생성이 무에서 유를 만드는 운동이라거나, 소멸이 유에서 무로 돌아가는 운동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생성과 소멸은 무와 유 사이가 아니라, 무한정과 한정 사이에서 순환하는 것이다.(아에티오스 DK12A14) 분리되어 나온 것은 부분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전체다. 아페이론이 전자고, 페라스(πέρας)가 부분이다. 변화는 페라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고 아페이론은 변화를 겪지 않는다.(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DK12A1) 무한정한 것은 하나이거나 단순한 것도 아니고, 근원을 갖지도 않는다. 아페이론은 다른 모든 것들의 근원이며 모든 것을 포함(περιέχειν)하고 모든 것을 조종한다(κυβερνᾶν). 아페이론은 신적(θεῖον)이며 사멸하지 않고(ἀθάνατον), 파괴되지도 않는(ἀνώλεθρον)다.(아리스토텔레스 DK12A15, 16)

τοῦ δʼ εἶναί τι ἄπειρον ἡ πίστις ἐκ πέντε
μάλιστʼ ἂν συμβαίνοι σκοποῦσιν, ἔκ τε τοῦ χρόνου (οὗτος γὰρ ἄπειρος) καὶ ἐκ τῆς ἐν τοῖς μεγέθεσι διαιρέσεαως (χρῶνται γὰρ καὶ οἱ μαθηματικοὶ τῷ ἀπείρῳ)· ἔτι τῷ οὕτως ἂν μόνως μὴ ὑπολείπειν γένεσιν καὶ φθοράν, εἰ ἄπειρον εἴη ὅθεν ἀφαιρεῖται τὸ γιγνόμενον· ἔτι τῷ τὸ πεπερασμένον ἀεὶ πρός τι περαίνειν, ὥστε ἀνάγκη μηδὲν εἶναι πέρας, εἰ ἀεὶ περαίνειν ἀνάγκη ἕτερον πρὸς ἕτερον. μάλιστα δὲ καὶ κυριώτατον, ὃ τὴν κοινὴν ποιεῖ ἀπορίαν πᾶσι· διὰ γὰρ τὸ ἐν τῇ νοήσει μὴ ὑπολείπειν καὶ ὁ ἀριθμὸς δοκεῖ ἄπειρος εἶναι
καὶ τὰ μαθηματικὰ μεγέθη καὶ τὸ ἔξω τοῦ οὐρανοῦ.

Aristotle. Aristotelis Physica. Ross, W.D., editor. Oxford: Clarendon, 1960. Ⅲ, 4. 203b16-26.

무한한 것이 있다는 믿음은 무한한 시간, 크기의 분할(διαίρειν), 끝없는 생성과 소멸, 한계(πέρας)의 존재이유 등등으로 인해 나타나는데, 가장 유력한 것은 사고(νόησις)의 무한함이다. 숫자, 수학적 크기, 천상의 것들은 모두 사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아리스토텔레스 DK12A15)

Ὡς δʼ οἱ φυσικοὶ λέγουσι, δύο τρόποι εἰσίν. οἱ μὲν γὰρ ἐν ποιήσαντες τὸ ὂν σῶμα τὸ ὑποκείμενον, ἢ τῶν τριῶν τι ἢ ἄλλο ὅ ἐστι πυρὸς μὲν πυκνότερον ἀέρος δὲ λεπτότερον, τἆλλα γεννῶσι πυκνότητι καὶ μανότητι πολλὰ ποι.
οῦντες (ταῦτα δʼ ἐστὶν ἐναντία, καθόλου δʼ ὑπεροχὴ καὶ ἔλλειψις, ὥσπερ τὸ μέγα φησὶ Πλάτων καὶ τὸ μικρόν, πλὴν ὅτι ὁ μὲν ταῦτα ποιεῖ ὕλην τὸ δὲ ἓν τὸ εἶδος, οἱ δὲ τὸ μὲν ἓν τὸ ὑποκείμενον ὕλην, τὰ δʼ ἐναντία διαφορὰς

Aristotle. Aristotelis Physica. Ross, W.D., editor. Oxford: Clarendon, 1960. Ⅲ, 4. 187a12-19.

아페이론에서 페라스가 분리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체로서의 물체(τὸ ὂν σῶμα τὸ ὑποκείμενον) 하나만 존재하지만, 그것들이 촘촘하게(πυκνότερον) 또는 성기게(μανώτερον)이 여럿으로 산출해낸다는 것이다. 플라톤이 주장한 대와 소도 이와 유사하다. 다른 하나는 아낙시만드로스가 주장한 것처럼, 하나로 합쳐진 것이 분리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하나와 여럿이 동시에 존재하며 여럿은 하나인 혼합물(μῖγμα)에서 분리되어 나온다는 엠페도클레스와 아낙사고라스의 주장과 유사하다.(아리스토텔레스 DK12A16)

칸트의 유고집에는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우리가 보는 세계는 아낙시만드로스의 세계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