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장 스타로뱅스키, 멜랑콜리 치료의 역사

우울증은 고뇌, 고독, 모든 인간적 접촉의 거부, 떠도는 존재들의 재앙이다.

우울증이라는 어두운 이미지가 흑담즙으로 형상화됐다.

후기

저는 이 책에서 우상, 상상력, 심신문제를 봤습니다. (우상) 사물에 정신적 속성을 부여하는 걸 물신주의라 합니다. 흑담즙이 흥미로운 이유는 물신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속성을 부여할 적당한 사물을, 심지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대도, 만들어낸 결과가 흑담즙이니까요. 어두운 행동에서 우울증이라는 개념을 찾고 흑담즙이라는 사물을 상정한 건, 마치 신성한 행위에서 신을 도출해 우상으로 형상화한 맥락과 일치해 보입니다. (상상력) 그러니까 결국 우울증도 흑담즙도 상상의 산물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이 책에 내내 등장하는 우울증 치료기법들도 모두 상상의 산물입니다. 스타로뱅스키도 계속 지적하듯이, 우울증은 결코 치료할 수 없지만 상상의 한계가 허락하는 만큼 치료법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입니다. 중간에 ‘선의의 기만’이라는 치료법이 아주 인상깊었는데요. 기만은 상상이 가능한 존재만 할 수 있는 능력이기 떄문입니다. 그러니까 우울한 환자의 증상에 공감하는 듯이 행동하는 ‘선의의 기만’ 치료요법은 상상력의 정수인 셈이죠. 이쯤 되면 타인에 대한 공감이, 의사소통이 그 자체로 기만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신문제) 그래서 저는 몸과 마음을 ‘분리’하는 것 역시 일종의 기만이라고 봅니다. 인간은 마음 없는 몸, 몸 없는 마음을 결코 볼 수 없습니다. 떼어내면 죽거든요. 그래서 책에 나타난 치료기법들이 흑담즙을 몰아내는 물질적 치료에서, 신체의 기분을 완화하는 신체적 요법으로, 나아가 정신적 요법으로 넘어가는 구성이 꽤나 이 지점과 공명한다고 봅니다.

뇌를 이식하면 인격이 어찌 되나! 세로토닌의 대부분은 장에서 생산된다고 합니다 ㅎㅎ 장 없는 뇌는 다른 뇌가 된다고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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