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활동의 관계
이 글은 “The Human Condition (Hannah Arendt, 2nd Edition, University of Chicago Press)”와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저, 이진우 역, 한길사)”을 읽고 제 나름대로 요약한 글입니다.

http://www.rene-magritte.com/human-condition/
Ⅳ. 작업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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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계의 지속성 The Durability of the World
[작업과 사물의 지속성 Work and the durability of things]
1 작업은 인공물(artifice)을 제작(fabricate)하는데, 사물은 사용(use)의 대상이며 로크의 재산, 스미스의 가치, 마르크스의 생산성에 필요한 지속성(durability)을 가진다. 2 인공물의 지속성은 사용으로 인해 조금씩 닳아 없어진다(wear out / use up). 3 지속성이 사물에 부여하는 것은 대상성(obejectivity), 즉 삶의 소비과정에 맞서 삶을 안정시키는 성질이다. 4 사용은 대상을 느리게 닳게 하므로 소비의 요소를 갖는다. 소비재와 나사용대상의 차이는 사용하지 않아도 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 진정한 물화(reification)는 단 한 번의 작업으로 더 이상의 노동을 필요치 않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용대상은 보수와 관리를 위한 노동을 필요로 한다.
19. 물화 Reification
[작업의 본성과, 제작과 과정 사이의 관계 The nature of work and the relation between fabrication and process]
1 제작은 물화를 구성하는데, 제작의 바탕이 되는 물질에는 그 도출과정을 고려할 때 폭력의 요소가 전제되어 있다. 2 폭력은 체력(strength)으로 발생하는데, 흔히 아는 노동의 기쁨은 체력으로 박자감있게(rhythmically) 폭력을 행사해 일을 완수한 데 따른 기쁨이며, 작업의 결과인 물질을 바탕으로 한다. 3 청사진이자 모형(model)으로서 작업을 이끄는 것은 상(image)인데, 제품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4 영속적인 상은 사용대상의 증식(multiplication)을 가능케 하는데, 노동으로 인한 소비재의 반복(repetition)과는, 애초에 지속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5 증식은 노동력의 재생산과는 다른 외재적 요인으로 추동되며, 제작된 사물은 과정을 끝내는 목적으로 기능한다. 6 제작인의 작업은 한정된 시작과 끝이 있으며, 홀로 자연과 자기 자신 및 활동의 주인이 되므로, 가역적이다.
20. 도구성과 노동하는 동물 Instrumentality and Animal Laborans
[세계를 짓는 도구성 instrumentality building world]
1 노동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노동을 기계화하는 도구는 주관적인 필요와 욕망이 아니라 객관적인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서, 노동의 과정에서 소모되지 않고 남는다는 점에서 세계적이다. 2 생산이 소비를 위한 준비과정으로 이해되는 한, 수단-목적의 범주는 의미를 상실하고, 인간이 스스로의 필요와 욕망에 따라 도구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도구에 인간이 길들여진다. 3 목적-수단 범주가 모호해지면, 도구는 최종 생산물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하는 몸들을 박자에 맞게 합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세계를 짓는(building) 도구성을 상실하며, 단지 노동을 쉽게 할 뿐이어서 사람과 도구 사이의 구분도 모호해진다. 4 적응(adjust)은 작업 과정의 모든 순간을 통제하는 장인성(workmanship)이 유지되는 한 인간의 손이 도구에 적응하는 것이지만, 기계가 등장하는 순간 기계의 과정이 인간 몸의 박자를 대체한다.
[강제력과 생산물을 잇는 기술과, 기계적 자동화의 의미 technology channeling forces and products, and the meaning of mechanical automation]
5 도구의 자동화는 증기기관의 발명이 아니라 석탄 사용법의 발견, 즉 자연력을 인간의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방법에서 비롯됐다고 보아야 한다. 기계 개발의 초기 모습은 인간 손의 모방이었을 뿐이다. 6 그러나 전기 사용법이 발견됨에 따라 인간은, 주위를 인공물로 둘러싸 자연의 과정을 방어하려던 제작인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과정을 창조해 분절된 작업 단계를 연속적인 생산 과정으로 변화시키게 됐다. 7 원자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력을 인공물과 연결하던 기술은 우주의 강제력을 지구의 자연과 연결하게 됐다. 8 최종 생산물은 곧 도구가 고안된 목적인데 반해, 자연적 사물은 어떤 인간의 개입도 없이 스스로 성장하므로, 자동화에 따른 생산은 작동(operation)과 생산물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기계로 대체된 도구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 the impact on the world by implements substituted by machines]
9 제작인은 세계를 구성하기 위해 도구를 발명하지만, 기계적 자연관에 따른 도구성은 인간의 삶과 노동을 쉽게 만든다는 가정에 기초함으로써, 자동화된 기계의 도입은 세계와 사물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 10 이러한 가정은 모든 사물을 효용과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며, 생산물의 모양과 기능이 기계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게 한다. 11 기계에 의한 생산은, 마치 자연의 과정적 특성을 인공물에 부여하듯이, 목적을 위해 수단을 사용하던 제작에서 수단을 위해 목적을 설정하는 양산(manufacture)으로 변화한다. 12 이로 인해 초기 단계의 기계를 비롯해 연장(tool)과 도구(implement)가 지니던 세계적 특성은 사라지고, 기술 그 자체도 물질적 힘을 증대시키는 노력이라기보다 본성적 구조를 환경에 적용시키는 것으로 변질된다.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 10. 14. Hanover, Germany – 1975. 12. 4. New York, USA
유대계 혈통으로 독일에서 태어나 후설과 하이데거, 야스퍼스 등 당대 명사에게 수학하고 1929년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 개념」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나치 정부의 박해를 피해 1933년 프랑스로 망명하여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목격했다. 1941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뉴스쿨, 시카고 등 다양한 학교에서 정치 사상을 강의했다. 대표작으로 『전체주의의 기원』(1951), 『인간의 조건』(1958), 『혁명론』 (1963), 『정신의 삶』(1978, 유고)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