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어떤 사람일까요? 국어사전에는 늙은이나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라고 나와 있습니다. 혹은 자신의 경험만이 맞다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을 일컫는다고도 하네요. 영어로는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멸칭인 부머(boomer)가 비슷하겠네요. 특정 세대가 남의 말을 잘 안 듣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듯이 행동한다고 보는 편견은 미국에도 있나 봅니다.

꼰대와 부머의 공통점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럼 그들은 왜 듣지 않을까요? 그들은 이미 많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식에서 나오는 힘은 어떤 힘일까요? 논쟁에서 이기는 힘입니다. 어떤 주제든, 지식이나 경험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의 말은 이기기 어렵습니다. 논쟁의 승패는 실제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알에서 병아리가 나올지 오리새끼가 나올지 싸우고 있다면, 알에서 실제로 뭐가 나오는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논쟁에서 이기는 힘은 자연 현상의 원인을 아는 것이니까요. 논쟁이 벌어질 때 꼰대는 이미 자신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배웠고, 여러 번 경험해봤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말의 힘이 많이 안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꼰대가 경멸의 대상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힘 있는 말은 맞는 말이 아니라 다수가 동의하는 말입니다. 맞는 말이어야 동의할 만한 말이 되겠지만, 꼭 맞는 말에만 동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다수의 인간에게 지지를 받는 대표적인 거짓말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선언입니다. 모든 사람은 생김새도, 능력도 다릅니다. 꼰대와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 사이에는 수십 년의 지식과 경험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정치적으로는 평등한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걸 위선이라고 배척해야 할까요? 아니면 단순한 자연 현상과 복잡한 인간적 현상이 구분되는 지점이라고 봐야 할까요?
꼰대는 설득에 실패한 사람입니다. 꼰대라는 단어에 담긴 상황은, 그가 하는 말이 맞고 틀린 걸 떠나서,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동의할 만한 말을 그가 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꼰대가 미래의 결과를 맞출 수 있습니다. 당연히, 지식도 경험도 많으니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맞출 가능성도 높을 겁니다. 그런데 인간은 신이 아닙니다. 인간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진리는 “내가 하는 말이 틀렸을 수 있다”는 말뿐입니다. 마치 신처럼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주변 사람의 동의를 구할 필요 없이 명령하고 지배하면 됩니다. 그러나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인간은 없기 때문에 동의와 지지를 구해야 합니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근거로 주변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는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 부릅니다. 반면, 같은 근거를 들이대지만 동의를 구하려 들지 않는 사람은 꼰대가 됩니다.
‘젊은 꼰대’라는 말도 아마 여기에서 비롯된 신조어일 겁니다. 어쩜 나이도 어린데(고작 그 정도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늙은이들이 하는 짓(다른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는 행위)을 그대로 하는 사람이 바로 젊은 꼰대입니다. 물론 조직을 이끌어 가는 데 전문적인 지식이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촉, 그리고 적절한 순간에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은 아주 중요한 요소일 겁니다. 하지만 조직을 운영하면서, 그런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을까요? 조직의 생사가 달린 문제라면 구성원들은 다소 강압적이더라도 명확한 결단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낼 겁니다. 하지만 별 볼 일 없는 문제에 결단을 남발한다면, 리더의 말은 점차 힘을 잃습니다. 그가 말한 미래는 여러 번 틀렸고, 딱히 동의하고 싶지도 않을 테니까요.

대화는 참여자의 생각을 듣는 행위가 수반되어야 대화라 불릴 자격을 얻습니다. 대화랍시고 한 사람이 말을 쏟아내면 그건 명령, 지시, 한풀이, 잔소리, 헛소리라고 해야 옳습니다. 혹은, 상대방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만 한다면 말싸움, 반박, 비판이라 해야 합니다. 뭔가 말은 한 것 같은데 상대방이 몹시 나쁜 기분만 안고 떠난다면 비난, 모욕, 능멸을 한 것입니다. 상대의 생각을 듣는다는 건 그 사람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왜 그러한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는지를 상상하고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바로 그 때 자신의 말보다 상대방의 말이 더 옳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설명하면 됩니다. 상대도 적절히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그 말에 동의할 테니까요.
그래서 꼰대가 어떤 사람이냐고요?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