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law)2: 김비환, 정치와 법의 관계

김비환, 「아렌트의 정치사상에서 정치와 법의 관계: 민주공화주의체제에서의 법의 본질을 중심으로」, 『법철학연구』, 6(2), 2003. 93-118.

개요

목적

아렌트 정치 사상에서 정치와 법의 관계를 파악.

방법

아렌트의 저서 위주로 문헌연구. 『인간의 조건』, 『과거와 미래 사이』, 『전체주의의 기원』, 『혁명론』을 중심으로 인용.

의의

아렌트 사상에서 법이 행위의 대응물이라는 측면을 확인하고 엘리트주의라고 비판 받는 아렌트 철학의 대응점을 모색. 아렌트 사상의 참여민주주의적 특징을 마이클만Frank Michelman의 공화주의적 입법정치republican legislative politics와 연계.

나의 문제의식과 가장 비슷한 선행연구지만 『공화국의 위기』와 『칸트 정치철학 연구』 등 최신의 문헌이 수록되어 있지 않고 다음과 같은 비판에 대한 후속연구가 필요함.

  1. 김비환은 아렌트의 정치적 행위action가 인간 복수성을 계속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공존 양식의 원리”이며, 그 “공존 양식을 지향, 보존,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된다고 해석함.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목적-수단 관계를 그 본질로 하는 작업work 활동과 착오할 우려가 있음. 이러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효용적 목적”in order to”과 의미적 목적”for the sake of”을 구분하고, 정치적 행위는 공적 영역의 확보라는 의미적 목적을 위해 수행된다고 해석할 필요 있음.
  2. 법이 없는 경우 공적 영역이 아예 사라지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 필요.
  3. 법이 있음에도 공적 영역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에 대한 대답 필요.
  4. 정치의 작업적 측면 고려할 필요 있음. 정치는 그 자체로 목적이므로 목적-수단 관계인 작업을 가능케 함.

초록

(서론) 아렌트는 정치참여 행위를 중심으로 아리스토텔레스-마키아벨리-루소 순의 공화주의적 정치사상에서 정치참여의 근원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 계승함. 아렌트의 정치사상은 비인간적 전체주의에 대한 반발로 형성되어 다원성과 자유를 실현할 이상적인 정치형태를 모색함. 전체주의는 ‘이데올로기’와 ‘테러’를 통해 인간의 공적 행복을 억압했기 때문에 아렌트는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가 정치적 결실을 맺은 사례를 통해 독창적인 정치관을 구성함.
아렌트에게 법의 본질은 정치 공간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기능이며, 법은 인간의 말과 행위를 통해 형성됨. 인간의 정치행위와 관련 없는 자연법이나 역사법칙과 같은 상위법에 대해 아렌트는 회의적 입장을 취함. 아렌트의 법 개념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능력’인 행위 개념이 내포하는 무한한 변화를 안정화하는 제도적 틀로 기능함.

II. 인간의 조건과 정치
1. 노동과 작업
2. 행위의 개인적 계기
(1) 주체의 현시로서의 행위
(2) 시작능력 또는 자유로서의 행위
3. 행위의 세계(공동체)적 계기
III. 정치와 법
1. 권위와 두 종류의 법
2. 민주공화주의에서의 법의 본질

내용 요약

II. 인간의 조건과 정치
영원을 추구하는 관조적 삶과 세계적인 것을 추구하는 활동적 삶 대비. 활동적 삶을 노동, 작업, 행위로 구분하고 각각의 조건으로 대응. 노동과 작업에 행위를 대비함으로써 아렌트 정치관 파악.
1. 노동과 작업
노동의 필연성, 순환성, 주관성 제시. 작업의 세계성, 인공성, 객관성, 폭력성 제시. 정치를 작업의 문제로 본 플라톤의 전통 비판.
2. 행위의 개인적 계기
(1) 주체의 현시로서의 행위
평등과 차이로서 다원성 제시. 누구됨을 드러내는 행위. 행위의 비목적성 제시.
(2) 시작능력 또는 자유로서의 행위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자로서 행위자 제시. 행위의 불가예측성, 자유 추구 제시.
3. 행위의 세계(공동체)적 계기
행위의 세계성 제시. 세계 개념 분류: 우주, 사물세계, 공적 영역. 공적 영역의 공개성, 실재성, 불멸성, 공적 행복 제시.
아렌트의 정치관 정리. “일차적으로는 다원성의 계속적 실현을 가능케 해주는 일정한 원리에 따르는 특별한 공존의 양식”이자 “이차적으로는 그 공존 양식의 원리를 구현하면서 그 공존양식을 지향, 보존, 강화시킬 목적하에 취해지는 목적적 활동”.
>> 비판점. 복수성의 계속적 실현에는 동의하나 그 실현을 위한 일정한 원리가 있는지 의문. 그 원리가 공적 영역을 “지향, 보존, 강화”하는 목적 하에 취해진다고 서술하는 경우, 목적이 종료되었을 때 행위가 종료되는가 하는 비판에 노출됨. 정치적 행위 개념은 효용적 목적in order to과 의미적 목적for the sake of을 엄격히 구분한 상태에서, 공적 영역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미적 목적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보아야 함.

III. 정치와 법
1. 권위와 두 종류의 법

『과거와 미래 사이』(91-141)에서 권위 개념을 통해 두 가지 법의 구분 제시. 권위는 자유로운 복종. 권위는 로마 건국이라는 행위가 후손에 전해지는 정치적 현상. 로마인이 그리스 철학 전통을 더욱 숭상하면서 플라톤의 이데아 관념과 권위 관념이 결합되어 권위의 정치적 특성이 사라짐. 중세의 기독교는 반 정치적인 로마적 권위 개념을 확장시켜 권위의 기원을 인간사를 초월한 토대로 간주. 근대의 혁명들도 초월적인 권위에 의존하고자 함. 미국과 프랑스 모두 실정법의 정당성이 상위법으로부터 기원된 것으로 생각.
『전체주의의 기원』(465-478)에서는 자연법 사상과 같은 초월적 토대 개념은 인간의 자유로운 정치 행위를 토대에 순응하는 통치행위로 오해하게 할 수 있음.  역사법칙에 근거한 근대적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다원성을 저해함.
『혁명론』(181-189)에서 아렌트는 초월적 법원을 거부하고 nomos나 lex와 같이 시민들 사이의 관계에서 형성된 입법 개념을 지지함. 특히 lex는 관계를 의미하는데, 공적인 약속에서 권위가 도출됨.
2. 민주공화주의에서의 법의 본질
행위는 새로운 시작이며 변화임. 약속은 공적 공간을 안정시키는 현상으로, 행위가 반복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함. 아렌트의 법 개념은 행위의 자기 지속적 현상임.
『전체주의의 기원』(465)에서 아렌트는 행위의 변화에 대응하는 법의 안정성을 기술함. 행위는 헌법과 법률로 제한되며 동시에 보호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정치 공간을 파괴할 수 있음. 헌법과 법률의 목표는 폭력이 아니라 말과 행위로 구성되는 공적 공간의 영속화와 안정화임. 이러한 분석은 롤즈의 ‘반성적 평형’과 유사하나 인간 다원성의 측면에서 근원적인 차이가 있음. 아렌트는 법을, 인간의 자유로운 행위가 낳은 현상이자 자연의 힘이나 역사법칙이 인간사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는 담으로 평가함.
새로운 시작을 강조한 아렌트를 곡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는 다음과 같이 대응할 수 있음: 『혁명론』에서 변화와 안정이 서로의 대립물이 아니라 “동일한 사건의 두 측면”이 됨.
아렌트에게 정치 행위는 자기 표현과 세계 유지의 두 측면으로 나타남. 법과 행위의 관계는 진보-보수 관계와 같이 상호 보완적임. 그러나 혁명기의 정치를 일상적인 정치로 해석하는 경우 아렌트 사상을 과도하게 급진적으로 비판하게 됨. 혁명은 자유를 위해 기존의 법이 지닌 권위를 거부하고 제약을 뛰어넘는 행위가 발생하는 현상임. 그러나 혁명기 행위는 가장 자유로운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 불가예측성으로 인해 지속성을 잃어 자유롭지 않게 될 수 있음. “혁명기의 순수정치”는 입헌과 입법을 통해 “안정화, 일상화, 지속화”됨.

>> 법이 없는 경우 인간의 행위는 정치 공간을 전복하고 말 것인가? 법이 있어도 정치 공간이 파괴되는 경우는 없나?
>> 이 논문에서는 정치의 작업적 측면도 고려되지 않음. 고대 그리스에서는 정치를 작업으로 여겼고, 소크라테스 학파 역시 마찬가지였음. 고대 로마와 다른 입장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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