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정치에서의 거짓말

Arendt, Hannah, “Lying in Politics”, Crises of the Republic, Harvest Book, 1972, 1-48.
한나 아렌트, 「정치에서의 거짓말」, 『공화국의 위기』, 김선욱 역, 한길사, 2011, 31-86.

내용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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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 문서』는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미국 정부의 조직적 거짓말을 드러낸다. 정치에서 거짓말은 “통치술(arcana imperii)의 일종으로 이해되어 왔다. 행위의 본질은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고, 생각과 말로 현실을 부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과 거짓말하는 능력은 동전의 양면인데, 상상력(imagination)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적 거짓말은 도덕적 죄성과 관계되지 않는다.

거짓말은 사실적 진리(factual truth)를 고의로 부정하는 일이다. 진리(truth)는 필연적으로 참인 것이다. 사실(fact)은 우연적으로 참인 것으로서 언제나 의심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므로 증거(testimony)와 증언(witness)을 필요로 한다. 사실적 진리는 사실들이 서로 엮여 형성한 일종의 망으로서 거짓말에 훼손되기 쉽다. 기만은 이성과 모순되지 않으며,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하기 때문에 때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폭력이 개입하지 않는 정상적 상황에서는 언제나 사실이 거짓보다 강력하다. 그러나 전체주의는 거짓에 맞게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기획이었다. 특히 폭력이 개입된 상황, 다시 말해 사실에 대한 진리판단에 따라 생명이 달려 있는 경우에는 [언제나 생명을 지키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므로] 참과 거짓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거짓말의 종류에는 비밀, 기만, 고의적 거짓, 공공연한 정치적 거짓말에 더해 두 가지가 추가되었는데, 하나는 홍보담당자의 홍보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가(문제해결사)들의 이론이다. 그 둘은 국가 이미지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기확신에 빠져 이론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물질이 아닌 인간사는 행위의 대상으로서 법칙적이지 않고 논리적이지 않으므로, 전문가들은 이론에 맞게 현실을 이성적으로 재단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현실을 재단하는 시도는 파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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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 문서』의 거짓말은 적이 아니라 국민을 향해 있었다. 거짓말과 현실의 괴리는 또 다른 거짓말을 낳았고, 새로 만들어진 거짓말은 이전에 있던 거짓말을 없애지 못했다. 정부는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만듦으로써 권력과 이익을 얻고자 했다. 이에 따라 정치는 곧 이미지 만들기라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시민들은 『펜타곤 문서』를 읽고 오히려 현실과 거리감을 느꼈다. 작전으로부터 독립되어 사실의 우연성을 받아들인 이들은 객관성을 견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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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자들은 이미지 만들기에 적절하지 않은 사실들을 모두 무시했다. 관료들은 정보의 대부분을 기밀로 취급해 사실에 대해 알기를 거부했다. 거짓말은 그것이 숨기고자 하는 진리에 의존한다는 본질로 인해 결국 무너지고 진리가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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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사실과 낙관적 기대 사이에서 낙관적 기대를 택하는 기만이 일어난다. 거짓말이 성공할 수록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거짓말을 믿고, 결국 스스로가 자기 거짓말을 믿음으로써 끝난다. 과도한 신념으로 사실성이 결여된 세상에서는 동료 시민들이 그 신념을 믿지 않으리라는 의심을 하지 않게 된다. 자기기만된 자기 자신과 세계와의 갈등은 문제해결사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판단을 하지 않고 계산을 했기 때문에 극복됐다. 판단의 대상에는 계산될 수 없는 질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현실적 목표는 상투어로 구성된 신화에 기반했고, 이로 인해 현실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정책결정자들과 문제해결사들은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없었다. 계산이 정신을 전도해버린 배경에는 반공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이데올로기주의자들은 자신의 입장에 도움이 되는 상황들에만 주목하여 현실에 대한 판단력과 학습능력이 파괴됐다. 문제해결사들은 가설과 그 가설을 검증할 사실을 모두 “확증된 사실”로 다루어 사회과학의 방법적 엄밀성에서도 모순을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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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헌법이 보장한 정치적 자유 즉 조직적 거짓말로부터 기만당하지 않을 자유를 실현하기 때문에, 제4의 정부기관으로 불릴 만큼 정치적 지위를 갖고 있다. 시민의 참여는 정부의 조직적 거짓말을 극복할 수 있다.


견해와 인용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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