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ndt, Hannah, “Civil Disobedience”, Crises of the Republic, Harvest Book, 1972, 49-102.
한나 아렌트, 「시민불복종」, 『공화국의 위기』, 김선욱 역, 한길사, 2011, 87-148.
내용 요약
서론
[시민불복종의 간략한 정의]
이 논문은 합의된 사회에서 시민과 법의 관계에 대해 논한다. 불복종이 새로운 법적 권리를 낳고 양심과 법, 도덕성(morality)과 합법성(legitimacy) 사이의 관계에서 시민불복종의 의의가 드러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처벌을 감수하면서 적법성이나 합헌성을 시험하는 것만으로는 시민불복종이 아니다. 시민불복종은 “관심의 공동체(a community of interest)를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간의 동의를 통해 법을 어기는 집단행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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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불복종의 사례와 정치적 검토]
양심적 불복종의 사례는 소크라테스와 소로에게 두드러진다. 두 가지 불복종의 사례는 모두 공적 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아에 집중했으므로 양심적 시민불복종이다. 소크라테스는 법이 아니라 재판관에게 맞섰기 때문이고, 소로는 법에 도전했음에도 그 도전이 개인의 양심과 도덕적 의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선한 인간이 언제나 좋은 시민인 것은 아니다. 법은 범죄가 공동체에 미치는 객관적 영향을 고려하지만 양심은 악행에 대한 피해자의 주관적 판단을 중시한다. 세계나 공동체의 미래에 관심을 두는 “공적 의무”는 정치적인 반면, 홀로 사유함으로써 활동에 한계를 설정하는 양심은 정치적이지 않다.
[양심적 불복종과 시민불복종 비교]
양심은 기독교 철학의 영향으로 신의 목소리 즉 무세계적 의무와 동일시됐다. 종교적 양심은 법률에 대항하여 신의 명령이라는 상위법에 호소하며 불복종에 따른 처벌을 감수하지만, 그러한 감수가 양심적 불복종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처벌을 감수하는 태도는 시민불복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므로 범죄적 불복종과 시민불복종은 구별된다. 시민불복종은 “수많은 양심이 의견일치를 이룰” 때 정치적 중요성을 얻은 것이기 때문에 양심적 불복종이라도 다수의 동의를 얻어 공적 공간에 나타나는 경우 시민불복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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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복종의 발생조건과 특징]
미국에서 시민불복종은 정부가 범죄행위에 적절하게 사법 절차를 수행하지 않아 발생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실패는 조직적 범죄자들에게 처벌받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었고, 이에 대해 정부는 연구위원회를 설립해 책임을 회피했다. 시민불복종은 공동체의 변화에 시민이 제외됐다는 확신이 들 때 발생한다. 상당수의 시민들이 “변화를 이루어낼 정상적 통로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고 불만이 더 이상 청취되지 않거나 처리되지 않는다는 확신”이나 “정부가 그 적법성과 합헌성이 심각히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어떤 변화를 꾀하거나 정책에 착수하고 추진한다는 확신”을 가질 때, 시민불복종이 발발한다. 시민불복종은 범죄적 불복종과 구분되는데, 그 이유는 시민불복종이 기존 법질서의 권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불복종은 공개적으로 범법행위를 수행한다는 공공성과 결코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비폭력의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난다.
[변화적 행위와 안정적 법]
인간의 행위는 탄생성(natality)과 가멸성(mortality)이라는 실존조건으로 인해 ‘언제나 변화한다’는 속성을 갖는다. 반면 세계는 인간사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서 ‘안정성’을 갖는다. 과거의 불가역성(irreversibility)은 변화를 제한하고, 미래의 예측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은 안정을 제한한다. “세상 속의 우리 삶과 인간 상호간의 일상사를 규정해주는 법체계”는 행위의 조건으로서 지속성을 보장한다. 법은 ‘안정성’과 ‘제한적 특수성’이라는 두 특징을 갖는다. 그리스의 nomos, 로마의 lex, 히브리의 torah에서 보듯, 법은 공통적으로 안정성을 위해 설계됐지만 절대적으로 보편타당한 것은 아니며 지역적, 민족적으로 제한된다.
[시민불복종을 통한 변화]
법은 행위를 합법화함으로써 안정화할 수 있지만, 변화 그 자체는 법적 영역을 벗어나므로 법이 지닌 한계를 극복한다. “헌법 자체는 법을 어김으로써 법에 도전하는 준법적 방법을 제공”한다. 요컨대 합법성은 행위가 안정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합헌성은 법의 흠결을 행위로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합법성 이상의 것이다. 노동삼권이나 수정헌법 제14조, 금주법의 사례에서 보듯,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일이 그 자체로 행위를 유도하지는 못한다. 다만, 제·개정된 법이 끝내 시민들로부터 승인되는 경우 행위의 변화로 이어진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법이 아니라 시민불복종의 형태로 나타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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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약적 합의와 상호성의 특징]
루소와 칸트는 스스로를 입법자이자 복종자로 이해하여 이로부터 법을 지켜야 할 의무를 도출한다. 이러한 입장은 다시 정치적인 법과 비정치적인 양심을 연결한다는 문제를 낳는다. 합의는 의견 없이 기계적으로 따르는 “묵종”의 형태가 아니라, 적극적인 지지와 지속적인 참여로 나타난다. 성서적 계약, 홉스적 합의, 로크의 사회계약으로 제시된 세 가지 형태의 사회계약 중 로크의 입장은 미국의 건국 과정에 나타난다. 미국의 건국은 수많은 협의로 상호 결속을 이룬 상태에서 정부와 계약을 맺어 완성됐으므로 “수평적 사회계약”으로 볼 수 있다. 상호성은 각각의 구성원들을 결합해 “동료 시민”으로 만든다. 시민불복종은 계약이라는 법개념과 조화를 이룬다.
[실존적 합의, 법의 한계를 극복하는 자발적 결사]
실존적 차원에서 합의는, 탄생과 더불어 시작되는 암묵적 합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성립된다. 한편 헌법에 대한 합의와 세부 정책에 대한 합의는 구별된다. 약속은 도덕성의 전정치적 조건을 형성해 정치를 가능하게 한다.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상호성이 파괴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합의를 지키려는 의무”가 유효하다. 몽테스키외가 제시한 ‘법의 정신’은 행위의 조건이 되는 법적 원리를 일컫는다. “합의와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보장될 때 자발적 결사체가 형성된다. 자발적 결사체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모인 조직체이며, 시민불복종의 형태로 나타난다. 시민불복종이 이데올로기에 오염되어 전체주의를 옹호할 위험이 있지만, 정부의 위헌적 행위와 같은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는 법이 무력하기 때문에, 자발적 결사를 공공적 시민불복종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견해와 인용
서론
“the citizen’s moral relation to the law in a society of consent” (51)
“합의사회에서 법에 대한 시민의 도덕적 관계” (90)
[합의사회라는 말을 굳이 넣은 이유가 뭘까? 합의라기보다 동의(consent)가 아닐까? 동의한다는 건 지지한다는 거니까, 반대가능성을 전제한 사회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듯. 아렌트에게 지지는 ‘반대가 가능함에도 반대하지 않음’이니까.]
“Significant civil disobedience, therefore, will be practiced by a number of people who have a community of interst.” (55)
“유의미한 시민불복종은 관심의 공동체(a communitiy of interest)를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수행한다.” (94)
[시민불복종이 가진 공적 본질을 드러낸 문장.]
“Their concerted action springs from an agreement with each other, and it is this agreement that lends credence and conviction to their opinion, no matter how they may originally have arrived at it.” (56)
“그들의 일치된 행동은 서로 간의 동의에서 생겨나며, 이러한 동의는 그들이 애초에 어떻게 합의하게 되었든 간에 그들의 의견에 대해 신뢰와 확신을 준다.” (95)
[일치된 행동concerted 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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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legal codes distinguish between crimes in which indictment is mandatory, because the community as a whole has been violated, and offenses in which only doers and sfferers are involved, who may or may not want to sue.” (62-63)
“우리의 법에는 공동체가 총체적으로 침해받았기 때문에 기소하는 것이 의무인 범죄와, 행위자와 피해자만 관련되기 때무에 그들이 소송하고자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불법이 구별되어 있다.” (103)
[범죄crimes와 불법offenses 구분. 범죄는 정치적, 불법은 도덕적? 당사자가 기소여부를 결정한다는 건 주관적이므로 도덕과 결부됐다고 볼 수 있음.]
“In this respect, as in so many others, “the good man” and “the good citizen” are by no means the same, and not only in the Aristotelian sense.” (65)
“다른 많은 이유도 있지만 이러한 이유에서도 ‘선한 인간’과 ‘좋은 시민’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의미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105)
[도덕과 합법의 차이. ]
“No doubt even this kind of conscientious objection can become politically significant when a number of consciences happen to coincide, and the conscientious objectors decide to enter the market place and make their voices heard in public. […] And the strength of opinion does not depend on conscience, but on the number of those with whom it is associated─[…]” (67-68)
“수많은 양심이 의견일치를 이룰 때,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거리로 나가 대중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할 때는,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도 정치적으로 중요해질 수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그리고 의견의 강도는 양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 사람들의 수에 의존한다─[…]” (109)
[정치적 중요성은 다수에게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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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have learned, to our sorrow, that organized crime is less to be feared than non-professional hoodlums─who profit from opportunity─and their entirely justified “lack of concern about being punished”; and this state of affairs is neither altered nor clarified by research into the “public’s confidence in American judicial process.” What we are up against is not the judicial process, but the simple fact that criminal acts usually have no legal consequences whatsoever; they are not followed by judicial process.” (71-72)
“슬프게도 우리는 조직범죄가 비전문적인 불량배들─그들은 기회를 틈타 이득을 챙긴다─보다 덜 무섭다는 것과, 그들에게는 ‘처벌받을 염려 없음’이 완전히 정당화되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이런 사태는 “미국의 사법 절차에 대한 공중의 신뢰”에 대한 조사로 변화되거나 해명되지 않는다. 우리가 현재 비판하려는 것은 사법 절차에 대한 것이 아니라 범죄행위가 일반적으로 어떠한 법적 조치도 받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범죄행위에 사법절차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112-113)
[처벌받지 않는 범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시민들이 법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한다. 도덕성을 결여한 법은 시민불복종의 원인이 된다.]
“The net effect is that research has become a substitute for action, and the “deeper causes” are overgrowing the obvious ones, which are frequently so simple that no “serious” and “learned” person could be asked to give them any attention.” (73)
“그 순효과란 연구가 행위를 대신해버리고 이른바 ‘더 깊은 원인’이 명백한 사안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이 명백한 원인이란 대개 간단한 것이어서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신중’하고 ‘학식 있는’ 사람에게 요청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114)
[연구가 행위를 대체함 = 사회적 경향에 대한 연구가 정치적 함의를 지니지 못함.]
“Civil disobedience arises when a significant number of citizens have become convinced either that the normal channels of change no longer function, and grievances will not be heard or acted upon, or that, on the contrary, the government is about to change and has embarked upon and persists in modes of action whose legality and constitutionality are open to grave doubt.” (74)
“시민불복종이 일어나는 것은 상당수의 시민들이 변화를 이루어낼 정상적 통로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고 불만이 더 이상 청취되지 않거나 처리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때, 또는 그와 반대로 정부가 그 적법성과 합헌성이 심각히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어떤 변화를 꾀하거나 정책에 착수하고 추진한다는 확신이 들 때이다.” (116)
[‘시민불복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시민불복종의 발생조건. 둘 중의 한 상황에 발생하는데, (1) 변화의 일상적 창구가 기능하지 않아서 불만사항이 들리지 않거나 그 불만사항을 바탕으로 행위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긴 경우, 또는 (2) 정부가 합헌성과 적법성이 의심받는 방식의 행위에 기반하여 변화하려 하거나 이미 변화를 시작한다는 확신이 생긴 경우이다.]
“There is all the difference in the world between the criminal’s avoiding the public eye and the civil disobedient’s taking the law into his own hands in open defiance. This distinction between an open violation of the law, performed in public, and a clandestine one is so glaringly obvious that it can be neglected only by prejudice or ill will. It […] clearly is the primary condition for all attempts that argue for the compatibility of civil disobedience with law and the American institutions of government. […]
Hence, the second generally accepted necessary characteristic of civil disobedience is nonviolence, and it follows that “civil disobedience is not revolution. … The civil disobedient accepts, while the revolutionary rejects, the frame of established authority and the general legitimacy of the system of laws.”” (75-77)
“범죄자가 공공의 눈을 피하려는 것과 시민불복종자가 공개적인 저한 차원에서 제멋대로 법을 무시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일이다. 법에 대한 위반을 공적으로 수행하는 것과 은밀하게 하는 범법행위의 차이는 너무나 분명하므로 편견이나 악의에 대해서만 무시될 수 있다. […] 이는 시민불복종과 법, 미국정부 제도의 양립성을 주장하는 모든 시도의 확고한 일차적 조건이다. […]
시민불복종의 두 번째 필수적 특징은 비폭력이다. 따라서 “시민불복종은 혁명이 아니다. ……불복종 시민은 기존 권위의 틀과 법체계의 일반적인 적법성을 받아들이는 반면 혁명가는 그것을 거부한다”는 주장이 도출된다.” (117-119)
[시민북복종의 두 조건들. 공공성과 비폭력 모두 기존 법체계를 존중하는 자세에 기반한다. 공공성은, ‘현재 법이 옳지 않으니 차라리 이 법을 어겼을 때 사람들에게 판단을 맡기자’는 것이고, 비폭력은 ‘다른 질서와 견주어 이 법만 문제’라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 ()
“어떠한 문명─연속하는 세대들을 보존하는 인공물─도 안정성의 틀 없이는 불가능했을 터인데, 이는 연속적인 변화가 일어날 장소를 제공한다. 안정화 요소 중에서도 특히 관습과 풍습, 전통보다 더욱 지속적인 성격을 갖는 것은 세상 속의 우리 삶과 인간 상호간의 일상사를 규정해주는 법체계이다. 이것이 바로 급변하는 시기에 법이 “억제력으로 나타나고, 그래서 적극적 행동에 감탄하는 세상에 부정적 영향”으로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일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이유이다. […] [그리스의 nomos, 로마의 lex, 히브리의 torah들이 지닌] 그 공통점이란 그러한 체계들이 안정성을 보장하려고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 (그것[또 다른 일반적 특성]은 보편적으로 타당한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제한되거나 유대법의 경우처럼 민족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121-122)
[법의 특징 두 가지. 안정성과 제한적 특수성. <시민불복종>은 안정성에 대해서만 다룬다. 어쩌면 <혁명론>에서 제한적 특수성에 대해 자세히 다룰지도?]
“” ()
“일단 변화가 일어나면 법은 실제로 그 변화를 안정시키고 합법화할 수 있지만, 그 변화 자체는 언제나 법적 영역을 벗어난 행위의 결과이다.” (122)